작품 ‘풍경 셋’으로

울산 처음 찾은 이 작가

작품 다양한 해석 희망

▲ 이강소 작가가 태화강 대공원에 설치된 ‘풍경 셋’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이강소(72)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 온 대표작가다. 그의 작업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세월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회화 외에도 조각, 사진, 석판화, 세라믹, 설치 등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모든 작업들을 모두 모아 4년 만에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에서의 일이다. 관람객과의 만남이 이 작가의 예술혼에 또다시 불을 지핀 것일까. 이후 2개월 만에 울산으로 옮겨와 9회째 맞은 태화강설치미술제에 육중한 무게감을 더해줬다.

작품 제목은 ‘풍경 셋’. 성인 남자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철제 사각의 프레임 세 개가 태화강대공원에 나란히 세워졌다.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반응은 사실 극과 극. 시민들 중에는 ‘이것이 정녕 미술작품이냐’고 묻는가 하면, ‘예술인이 아니라 용접공의 작업같다’는 이가 적지 않았다. 미술품에 조예가 깊은 몇몇 사람들도 의견은 엇갈렸다. ‘보드라운 풀밭을 짓누른 채 위용을 드러낸 프레임에서 불합리, 부조화, 기계적인 삶을 느꼈다’고 하거나 작품과 주변과의 어울림을 중시하여 ‘프레임을 통해 본 대공원의 풍경이 마치 그림같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강소 작품의 근간은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의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하는 실험정신’에 있다. ‘풍경 셋’은 이같은 미술계의 분석을 집약시킨 설치물이다. 관람객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되길 바라는 작가의 희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연환경과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이 자유로운 상상의 영역으로 혹은 예술을 체험하는 기회로 활용되길 바라고 있다.

“세계는 문명의 대변혁기를 지나고 있어요. 철학과 과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사회가 진정한 현대도시죠. 가장 쉽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대미술’입니다. 울산 태화강에서의 설치미술제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고 가치가 있어요.”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울산을 처음 방문했다. 울산에 대한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도심 한 가운데 야외 갤러리(태화강대공원)가 있더군요. 대숲과 교량 등 예상보다 훨씬 훌륭해서 놀랐습니다. 울산을 공업도시라고 했나요? 전문가 이상으로 미술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1965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한국현대미술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초반부터 혁신적인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73년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40여년 간 60여 회의 개인전을 펼쳤다. 1975년 제9회 프랑스 파리청년 비엔날레, 국내 최초의 현대미술전 ‘대구현대미술제’, 197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고 일본 도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다수의 해외 전시를 펼쳤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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