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이 마지막 기회로 여겼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해 협상시한을 또 넘겼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또 양측의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회의를 마쳤다.

 유로존 소식통들은 유로그룹이 27일 오전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전해 25~26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되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22일 긴급회의를 열어 유로그룹이 합의안을 마련해 EU 정상회의 안건으로 올리면 EU 정상들이 이를 승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리스 총리와 채권단 수장들이 이날 오전 회동에서도 연금 삭감과 세수 증대 등의 핵심 쟁점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유로그룹 차원에서 합의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유로그룹이 27일 오전에 다시 회의를 열어도 양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28일에 다시 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그리스가 마련한 협상안은 물론 채권단이 작성한 협상안에도 반대해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몇몇 동료는 우리 문서뿐만 아니라 채권단의 문서에도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로존 일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해 작성한 협상안에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협상은 그동안 양측이 설정한 협상 시한을 여러 차례 넘겨도 다시 협상을 재개했지만 오는 30일 전에 타결하지 못하면 파국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은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이자 그리스가 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는 날이다.

 IMF는 그리스의 부채 상환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그리스가 IMF 채무를 30일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즉시 체납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30일 전에 타결하지 못하면 재정의 현금이 부족하고 은행권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그리스는 구제금융 지원을 받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과 대량 예금인출 사태(뱅크런) 등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30일이 최종 시한이지만 그리스는 합의안 정책들의 입법절차를 마쳐야 하며 독일 등 유로존 일부 국가는 의회에서 구제금융 변경안을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아울러 협상 난항으로 그리스의 예금인출 규모가 커지는 등의 혼란을 고려하면 주말에 타결할 필요성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날 한 회의에서 협상은 내주 월요일(29일)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타결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은 또 27일 열리는 유로그룹 회의가 이번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은 26일 새벽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첫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시간이 아주아주 빡빡하다. 27일 유로그룹 회의가 그리스에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관련) 해결책을 찾으려면 27일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데 모든 정상들이 뜻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구제금융이 11월 말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은 구제금융 협상 회의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유로그룹 회의에서 구제금융 연장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재정 협상안의 효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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