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농구 등의 격렬한 운동은 물론

줄넘기·철봉 중에도 손상될 수 있어

뼈 성장 멈추거나 휘는 등 기형 초래

치료시기 놓칠 경우엔 장애 올 수도

▲ 안상민 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다리 골절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이번 장맛비가 그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 나들이객도 저절로 늘어난다. 특히 공원에서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는 어린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골절 사고의 위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넘어지는 순간 무심코 손목을 짚으면서 손목이 골절되거나 완충작용 없이 넘어질 경우 팔꿈치, 발목 주위 등이 골절되는 일이 많다. 만약 어린이가 이런 사고로 뼈가 부러진다면 성장판이 손상되거나 뼈는 멀쩡한데 성장판이 손상될 수도 있다. 성장판은 뼈 사이의 연골로 외부로부터 작은 충격만 받아도 쉽게 손상을 입는다. 또 전체 어린이 골절의 20%가 ‘성장판 손상’이다. 가벼운 성장판 손상은 대부분 후유증 없이 치료가 가능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치명적인 장애가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키 크지 않거나 골절 부위 휘어질 수도

성장판이란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등의 뼈 끝부분에 있는 연골조직을 말한다. 성장판은 세포분열을 일으켜 키를 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골절상을 뼈의 손상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린이의 경우 성장판 손상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린이는 뼈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골막이 잘 발달되어 있고 혈액 공급도 원활해 뼈골절상을 당해도 쉽게 치유된다. 후유증도 어른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성장판이 손상되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해당 부위의 뼈가 성장을 멈추거나 휘는 등의 기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상민 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성장판 골절은 흔하게 발생하지만, 부모들이 잘 모르고 지나쳐 치료시기를 높치는 경우가 많다. 성장기 어린이는 일주일만 지나도 뼈가 붙어버리기 때문에 성장판이 비뚤어진 상태로 뼈가 붙어버리면 나중에 키가 제대로 크지 않거나 골절 부위가 휘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판 손상은 대부분 축구나 농구와 같은 과격한 운동이나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를 타다 부딪쳐 뼈가 골절되면서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격렬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줄넘기나 철봉 같은 가벼운 운동에서도 성장판이 손상될 수 있다. 성장판은 뼈 사이에 있는 약한 연골이다 보니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절 부위가 보랏빛으로 변하면 의심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할 때 늘 주의해야 한다.

안상민 전문의는 “운동 전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 등 준비운동을 통해 관절을 유연하게 만든 후 운동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부상이 잦은 스포츠를 즐길 때에는 성장판 부위에 관절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갑자기 부상을 당했을 때는 놀란 마음에 어디가 아프고 다쳤는지 잘 모를 수 있고, 구체적인 표현이 서툴러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운동 후 관절 부위 통증을 호소한다면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움직이지 못하거나 관절 부위가 보랏빛으로 변하면 성장판 손상을 떠올리고,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안상민 전문의는 “먼저 손상부위를 부목 등으로 적절히 고정하여 더 이상의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뼈가 부러진 경우 고정시키지 않으면 부러진 뼈가 성장판을 건드려 2차적으로 성장판 손상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목은 자, 젓가락, 나무토막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하면 된다. 또 얼음찜질로 통증과 부기를 완화시키며 빠른 시간 내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안 전문의는 “어린이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위험한 놀이를 하지 않도록 평소에 잘 지도하고 어린이들이 노는 곳에 위험한 요소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엑스레이 검사로도 이상 징후 발견 어려워

성장판이 손상됐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성장판 손상의 발견이 어려워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뼈의 골절상과 함께 오는 성장판 손상은 엑스레이 검사를 해도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

안 전문의는 “엑스레이 상에 뼈 골절상은 선명하게 나타나지만 성장판은 연골조직이라 손상부위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 골절이 치유되고 난 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성장판 손상이 의심 될 때에는 골절된 부위뿐 아니라 정상적인 다른 쪽도 엑스레이 촬영을 해서 비교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장판 손상을 확진하려면 짧게는 2~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리므로 골절 후 치료를 받았더라도 최소 1년까지는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안 전문의는 “성장판 손상부위의 전위가 심하지 않은 경우 부목이나 석고고정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판 손상으로 성장장애나 뼈의 기형이 온 경우에는 휘어진 뼈를 잘라서 다시 붙여주거나 뼈를 늘려주는 교정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수개월 후 기형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1~2년은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어린이 골절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자녀들과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등 부모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안상민 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