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울산형 활용방안 전문가 제시

▲ 파리시 환경녹지 부서 자문인 쟝 크리스토프 뤼카씨가 프랑스 파리 12지구에 위치한 프롬나드 플랑테 공원에서 본보 취재진에게 폐선 부지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프롬나드 플랑테 공원은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산책로로 애용되고 있다.

산업시대 경제발달과 함께한 기차는 20세기까지만 해도 우리네 발이 되어주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20세기가 지나면서 구불한 철로가 직선화되고, 단선인 철로는 복선화되면서 일부 철로는 도시계획에 걸림돌이 돼 버려지게 됐다. 전국의 수많은 지역에서 이렇게 폐선부지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흉물로 방치돼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4년 뒤 울산에 생길 폐선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본보는 해외를 비롯해 국내에서 폐선이 된 유휴부지를 활용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를 살펴봤다. 침체된 지역을 살리면서 단절된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 공원과 철거가 논의되던 폐역이 리모델링돼 관광객들의 발을 이끄는 미술관, 작은 농촌마을을 전세계가 주목하게 만든 기차 테마 관광지, 회색빛 도심속 이웃간의 정을 나누는 공원 속 벼룩시장까지. 폐선부지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이끈 현장의 뒷 이야기를 통해 울산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미술관·기차파크·공원 벼룩시장…
철길로 단절되고 낙후된 지역을
다양한 방법으로 되살린 사례들
울산 현실적 부분 고려해 벤치마킹
지역 주민 문화·소통 공간 넘어서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방향 고민을

◇침체지역 활력 불어넣는 ‘도시재생’ 일환

파리시 환경녹지부서 강연자 겸 자문인 쟝 크리스토프 뤼카(Jean Christophe LUCAS)씨는 폐선부지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그동안 철로로 단절되고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뤼카씨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12지구에 위치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 공원이 탄생하기 전 기차가 다녔을 당시에는 기차 소음과 고가철교에 따른 지역단절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땅값은 낮아져 주민들은 하나 둘씩 떠났다. 폐선이 된 후에는 20년 가까이 철로가 폐허로 방치되면서 슬럼가로 전락했다.

뤼카씨는 “당시 파리 내에서 불던 도시계획개발 붐과 편승해 지역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폐선부지 활용방안을 찾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나무만 심어 녹지공원 조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고가철교 아래 아치를 이용해 상점을 만들어 지역에 활력을 줄 수 있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공원은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산책로가 됐고, 고가철교 아래 상점에는 예술가들의 공방과 갤러리, 아트숍이 들어서면서 어느샌가 ‘예술의 다리’로 불리게 됐다.

◇주민위한 방안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지역을 단절시킨 철로를 활용해 현재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통로와 도심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광주 푸른길 공원도 어찌보면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푸른길 공원이 앞서 살펴본 프롬나드 플랑테와 다른 것은 시민사회의 역할이 도드라졌다는 것이다.

조준혁 (사)푸른길 사무국장은 “철로로 고통받았던 것은 철로 옆 주민들, 넓게는 시민들이다. 하지만 당시 폐선부지 활용을 찾는데 있어 주민과 시민들은 의사결정에 비켜나 있었다”며 “폐선을 주민 쉼터로 돌려주기 위한 지역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토론회나 걷기대회, 주민모임 등으로 시민 관심을 높여갔고 결국 당시 행정당국에 압박을 주고 자발적인 시민나무심기운동을 불러일으키면서 푸른길 공원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현재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의 첫 손에 꼽히는 푸른 숲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황주상 마포 공덕 늘장 협동조합 매니저는 “시민참여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필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공간 활용을 구상해야 한다”며 “축적된 역사성을 토대로 철도부지와 그 근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시민참여도 활발해질 것”이라 조언했다.

◇지역 상황 맞는 방안 구상해야

주민 요구와 함께 장기적인 도시 발전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지역에 필요하고 또 특성에 맞아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할지 따져봐야 한다.

폐역이 된 기차역을 세계적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주역 중 한명인 오르세 미술관 전 학예사 캐롤린 매티유(Caroline Mathieu)씨는 그런면에서 동해남부선 복선화사업으로 폐역이 확정된 북구 호계역에 관심이 컸다. 물론 취재진으로부터 ‘폐역이 될 호계역을 중심으로 인근 주민들이 먼저 나서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다. 특히 북구의 경우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다는 말도 덧붙여 전해 들었다. 캐롤린은 “때마침 그 지역에 문화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심 한 곳에 역사적 상징성이 깃든 기차역이 폐역이 된다면 행정기관에서 먼저 나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먼저 주민들이 나서서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는 점과 지역 실정에도 맞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북구청도 옛 달천철장 등 산업도시라는 특성과 문화공간 부족에 따른 주민 수요가 많아 이같은 점을 활용한 문화예술 거점화 구상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기존의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관광자원화 사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울주군의 경우 외고산 옹기 마을 일대 폐선부지를 옹기공원 명소화 사업부지로 이용하고, 터널은 옹기 저장소로 만들어 레일바이크를 설치해 기존 관광자원인 옹기와 철로를 연계한 관광 자원화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폐선부지 활용에 앞서 현실적인 여건도 꼭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복기 곡성군청 관광과 기차마을관리팀장은 “처음 기차마을을 시작했을때 전국에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적은 예산으로 부지매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레일바이크 등 주민 요구에 따라 비슷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울산이 활용방안을 찾을 경우 지역 입지여건 분석과 부지 매입, 환경적 여건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김준호·사진=김동수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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