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등으로 가족간 갈등 유발

함께 생활하면 심리적 병 얻어

가족도 적절한 치료 받아야

▲ 김창수 마더스병원장이 알코올 중독자 가족을 상담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는 질병 중 하나다. 특히 다른 질병과는 달리 중독자의 경우 가족들로부터 환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중독자 스스로도 자신이 병을 가진 환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중독자가 음주상태에서 난폭 행동을 하는 경우라면 가족들은 중독자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중독자의 가족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또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창수 마더스병원장과 함께 알아본다.

◇ 중독자 가족도 적절한 치료 필요

알코올 중독자와 생활하면 가족도 심리적인 병을 얻게 되는데 이를 ‘공동의존증(Co-dependency)’이라 한다. 중독자 뿐만 아니라 가족 또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수 마더스병원장은 “가족들은 이 사람이 정말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잘못을 감추어주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어서 음주와 관계된 잘못된 행동의 결과들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주려 한다. 이런 시도들이 결국 중독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해서, 자신이 부족해서 중독자가 술을 마시게 되었다는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죄책감으로 인해 중독자는 더욱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또 ‘아버지 신경을 거스르지 마라’는 식으로 중독자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자 가족이 생기면, 가족 구성원들은 중독된 가족원에게 적응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가족 구조를 재조직한다.

김 원장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중독자의 배우자는 아이들에게 무관심해지고, 자녀들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을 때는 학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이런 혼란기를 거쳐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한다든지 중독자의 심한 폭력적 행동이 발생한다면 가족들은 위기감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가족간의 갈등이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가족의 도움과 역할 가장 중요

알코올 중독자의 배우자는 붕괴되어가는 가정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김 원장은 “보통 가족이 사용하는 통제전략으로는 수치심을 자극하기, 비난하기, 애걸하기, 위협하기 등이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효과를 보기 힘들며 가족들의 절망감만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중독자가 중독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깨우쳐 주고, 다른 가족의 고통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알코올 중독 환자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김 원장은 알코올 중독자 가족들이 알아야 할 구체적인 사항들로 △문제를 부정하지 말 것 △알코올 중독에 대해 배울 것 △환자의 감정으로 인하여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지 말 것 △자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사랑과 애정을 표현할 것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숨기지 말 것 △자녀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 것 △자녀들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할 것 △알코올 중독은 치료될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할 것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의 도움과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중독자의 가족들은 알코올 상담센터나 치료기관에 방문하여 자신의 회복과 중독자의 회복에 대한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도움말=김창수 마더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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