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문화생활부 차장

드디어 울산시에도 문화재단이 생긴다. 기본계획수립, 조례제정, 창립총회, 법인설립등기, 직원채용 등의 과정을 거쳐 재단출범에 이르기 까지는 약 2년 여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서인 시 문화예술과에 따르면 가칭 울산문화재단의 밑그림은 유동적이다. 아직 다양한 영역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일 뿐이다. 얼마든지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각계의 고민과 조율을 거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재단이 탄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루 수천만명이 접속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울산시’를 검색할 때 가장 먼저 읽혀지는 문구가 있다. ‘품격있는 문화관광도시 울산’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움이 가득한 울산’도 눈에 띈다. 아래에는 ‘고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해양관광, 반만년의 역사를 찾아보는 역사문화관광, 산업인프라를 활용한 산업관광, 365일 즐거움이 가득한 울산’이라는 부연설명도 붙어있다. 하지만 불특정다수 거대 네티즌을 상대로 울산이 과연 광고문구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이유는 울산시의 능력부재라기 보다 업무를 주도하고 담당할 기관이 없다는데 있다.

울산문화재단 밑그림은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할 때 의외로 쉽게 실마리가 풀린다. 20년 전 문화재단이 국내에 처음 문을 열때만 해도 문화재단은 각 지자체의 예술인과 문화단체만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지원의 폭이 넓어졌다. 예술인에 국한되던 지원제도가 도시민 전체로 확대됐고, 일정 요건만 갖춘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문화예술향유의 전폭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지원대상이 문제가 아니다. 사업 자체의 문어발식 확대가 관건이 됐다. 문화예술회관, 미술관과 같은 부설운영기관을 두는 것은 다반사다. 향토문화원, 전통예술관은 물론 박물관 사업까지 재단으로 속속 통합된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부산, 제주, 통영, 경주와 같은 곳은 일찌감치 지역관광공사를 운영하며 지자체의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고 있지만, 그렇지않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관광특수와 직결되는 각종 축제사업을 문화재단으로 내주고 있다. 최근 울산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 된 울산시티투어사업처럼 한 도시를 유람하는 대표관광사업 또한 문화재단에 귀속시킨 곳도 있다. 행정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막아주는 동시에 도시민의 문화향유와 대외관광사업을 유기적으로 이어주어 하나의 기관에서 대내외적 효과를 동시에 거두는 새로운 판짜기가 시작된 것이다.

최신의 트렌드는 ‘문화예술’과 ‘관광’을 함께 묶어 한 도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데 있다. 전북도가 대표적이다. 울산처럼 문화재단이 없었던 전북도는 내년 3~4월을 목표로 전북문화관광재단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비전은 ‘문화로 싹트고, 관광으로 꽃피우는 전북’이다.

이처럼 ‘관광’은 울산문화재단을 위한 ‘플러스 알파’(+α)로 안성맞춤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개관,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활성화, 강동관광단지 개발, 울산혁신도시와 원도심을 잇는 새로운 문화특구 등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관광의 비중이 오히려 커지면서 문화예술이 오히려 ‘플러스 알파’가 될 지도 모르겠다. 뒤늦은 출발은 오히려 기회다. 틀에 박힌 ‘울산문화재단’이 아니라 ‘울산형 문화재단’을 고심해야 할 때다.

홍영진 문화생활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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