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자리한 울주군은 물론
동·북구까지 고래관광자원 확대해야
고래관광, 이제는 큰 틀로 전환할 때

▲ 정명숙 논설실장

울산은 고래도시이다. 동해안 일대에는 고래를 테마로 내세우는 도시가 여럿 있지만 울산이야말로 국가가 인정한 고래도시다. 우리나라에는 고래가 주제가 되는 국가 지정 문화재가 2점 있는데, 모두 울산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126호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그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행운이다.

덕택에 울산은 고래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고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동물로 신비감과 친근감, 희소성까지 갖춘 매력 있는 관광자원임에 틀림없다. 울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래잡이 전진기지라는 역사성과 고래고기라는 독특한 먹거리, 암각화라는 문화유산에다 고래구경(觀鯨)까지 무궁무진한 콘텐츠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울산의 고래관광산업은 ‘고래 없는 고래관광’이라는 근본적인 한계 극복을 간과하고 있는데다 지역적으로는 너무 협소하게 장생포에만 치우쳐 성과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관경의 활성화를 위해 하루빨리 장생포를 떠나버린 한국계 귀신고래가 되돌아올 수 있는 바다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관경은 고래잡이와 고래고기에 비해 훨씬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다. 환경론자의 잣대를 들이대 고래잡이의 역사나 고래고기를 먹는 문화를 폄훼(貶毁)하는 오래된 논쟁을 재현하자는 말이 아니다. 고래가 오지 않는 바다에서 고래관광사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근래 한국계 귀신고래는 러시아 추코트(chukot) 해안에서 새끼를 낳는다. 그 때문에 학계에서는 ‘한국계’라는 이름조차 ‘아시아계’ 또는 ‘서부태평양계’로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추코트 해안에서는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나가 고래구경을 한다. 고래는 사교성이 뛰어나 배 곁으로 가까이 오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고래를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멀리 배를 타고 가다가 돌고래떼를 보는 것만으로도 환호성을 지르는 우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포경어업협동조합 자료에 의하면 1966년까지 귀신고래를 잡은 통계가 있다. 그 이후 귀신고래가 회유하지 않는 바다가 된 것이다. 마구잡이식 포경(捕鯨)과 어구들이 가라앉아 엉망이 돼버린 바다환경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래는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바다 환경이 좋아지면 분명 다시 장생포를 찾을 것이다. 추코트의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계 귀신고래는 100~200여마리 생존해 있다. 귀신고래의 수명은 70년이다. 울산을 찾았던 귀신고래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귀신고래회유해면을, 이름 그대로 고래가 회유하는 바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썩은 태화강을 생태하천으로 만들었듯이, 울산시민들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음으로, 고래관광자원을 장생포 밖으로 확대해야 한다. 장생포는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다는 이유로 지난 10여년동안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운영, 고래먹거리단지 재정비, 고래마을 등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작은 공간에 볼거리가 충분해졌다. 여기에 더해 남구는 장생포 해군기지를 사들여 호텔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선박블럭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해양공원 부지를 2년 뒤 돌려받아 고래등대를 건립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장생포에 호텔이라니. 거대한 탱크 등에 둘러싸인 살풍경에다 마을을 휘감고 있는 악취는 어쩔 것인가. 숙박시설은 아무래도 과욕이다. 공연히 장생포는커녕 울산을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도시로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제 고래관광은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주군은 물론이고 고래가 노니는 드넓은 동해안을 끼고 있는 동·북구까지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호텔식 고래등대를 세우려면 그 장소는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북구 강동이나 동구 대왕암공원이 돼야 할 것이다. 울주군은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을 고려해서 반구대 암각화를 그대로 본뜬 ‘반구대 암각화Ⅱ’도 만들어야 한다. 반면 남구는 호텔이 아니라 장생포에서 반구대 암각화까지 고래를 따라 걷는 탐방길을 조성하면서 고래가 돌아오는 바다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고래도시 울산’이라는 큰 틀로 전환할 때 비로소 고래관광산업의 성공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정명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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