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작가 얀 더 레이우 장편

▲ 냉동실에 숨긴 엄마

얀 더 레이우 지음

이유림 옮김/ 돌베개

200쪽/ 1만원

냉동실에 숨긴 엄마

얀 더 레이우 지음

이유림 옮김/ 돌베개

200쪽/ 1만원

국내에 첫 소개되는 벨기에 작가이자 네덜란드어 권에서 주목받는 신예작가 얀 더 레이우(Jan de Leeuw)의 장편소설이다. 2011년 독일 청소년문학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며, 벨기에와 독일의 유수 언론으로부터 호평 받았고, 독일 파르카우에 극장에서 연극으로도 상연됐다.

이 소설은 아주 수상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조차 하다. 책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충격적인 상황이 별것 아니라는 듯 눈앞에 툭 던져진다. 마음을 추스르고 읽다 보면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흥미진진한 전개에 웃음도 나온다. 웃고 난 뒤에는 생각지 못하게 가슴이 뭉클해 온다. 으스스한 스릴러인가 싶더니 익살스러운 콩트 같다. 현대 가족의 비극적인 초상이자 소년의 감동적인 성장담이기도 하다.

요나스는 주말 아침에 엄마를 깨우러 방에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한다. 아빠는 정신병원에 있고, 동생은 겨우 여덟 살이다. 요나스는 아무도 모르게 엄마를 냉동실에 숨기고 어떻게든 일상을 꾸려가려 한다. 동갑내기 여자애 헬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쪽으로 활기를 띠지만, 가려져 있던 무거운 진실이 느닷없이 얼굴을 들이민다. 게다가 오지랖 넓은 이웃 할머니 때문에 최대 위기가 찾아온다.

보호하고 위로해 줄 어른의 부재 속에서 반 쪽짜리 가정과 소중한 동생, 그리고 삶을 지켜내려는 소년의 고군분투는 상식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가벼운 문장들로 빠르게 전개되는 짧은 소설이지만 섣불리 단언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1968년에 벨기에 알스트에서 태어났다. 책 한 권도 없는 집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늘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틈틈이 ‘올빼미의 침묵’ ‘밤의 나라’ 등 청소년 소설을 써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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