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갈등 안고 살아가는 우리 현실
과거 반성과 미래 준비하는 설계 위해
사상·이념 초월한 위대한 지도자 필요

▲ 이채민 국민통합정책연대 여의도 포럼 대표

몇 달전 우연한 기회에 차기 대권 주자로 불리는 모 정치 지도자와 지방에 행사차 동행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장황하게 현시국과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역사 통일문제를 설명했다. 마치 대권 전초전의 유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했다. 간단히 “우리나라엔 지도자는 많은데 위대한 지도자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 위대한 지도자가 현재는 없다.

월남 이상재 선생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참으로 큰일”이라며 “매사에 유시무종”이라 걱정했다. 새삼 그 말씀이 뇌리에 스치는 것이 요즘 정치 지도자들을 두고 하는 말씀같기 때문이다. 시작은 야망에 불타 국민의 민심을 대변하고 깨끗하고 정의롭게 받들고 섬기며 일평생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호언하였건만 종극은 초라하며 비참한 말로를 걷는 것이 우리나라 지도자의 모습이다.

역사적 세계적 지도자들의 탄생과 성장의 비밀 속에 우리가 꼭 교훈 삼아야 할 점이 있다. 어느 의과대학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한 부부가 있는데 남편은 성병에 걸려있고 아내는 심한 폐결핵에 걸려 있다. 이 부인은 현재 임신 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한 학생이 대답했다. “낙태수술을 하면 됩니다.” 그러자 그 교수는 “자네는 지금 베토벤을 죽였네”라고 말했다. 오늘날 윤리 도덕과 의료기술의 판단으로 낙태결정을 내릴지 모를 그 아이는 음악의 천재 베토벤이 되었다.

과거의 행적을 너무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또한 우리의 문제점이 되고 있다.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위대한 설계를 완성할 수 있다면 단순히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루스벨트 미국 32대 대통령은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탁하여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으며 무당의 점성술로 일을 결정했다. 두 명의 부인을 두었고, 알콜중독자에 담배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회개하여 미국의 경제불황을 극복하고 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강국으로 가는 초석을 다지는 기틀을 만들었다. 윈스턴 처칠은 대학시절 마약을 복용했으며 매일 술을 즐겨 마시며 늦잠자고 근무태만으로 두 번이나 회사에 회고당한 적이 있지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대영제국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수상이 됐다. 반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광분의 정치를 한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채식가였으며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절제하며 불륜관계 또한 가져본 적이 없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교만하고 이상주의에 빠져 20세기 비극을 초래한 장본인이 됐다.

우리의 현실은 남과 북, 동과 서, 부와 빈곤, 세대별, 계층별, 노사별, 이념적, 사상적, 시대적 갈등을 안고 시한폭탄처럼 살아가고 있다. 국가 빚은 3000조에 이르렀다. 개인은 가치관이 상실되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해방 후 우리는 많고 자도자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 보냈지만 이들 중 과연 위대한 지도자로 지칭할 분이 있는가. 위대한 지도자란? 원대한 꿈과 찬란한 문화 창달로 민족의 저력을 융복합시켜 위대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세계사적 인물.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국가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능력의 소유자. 인류의 공의와 항구적 평화를 실현시킬 통치자. 자유와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인격자. 평범하면서 담대하고, 순진하면서 포용력 있고, 나약하면서 용맹하고, 겸손하면서 절제하는 인물. 나라와 민족 앞에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만경창파에 포효하는 파도처럼, 온 우주를 비추는 태양처럼 거룩한 지도자. 우리는 언제쯤 이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이채민 국민통합정책연대 여의도 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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