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일랜드’ 14일 문예회관

▲ 연극 ‘아일랜드’가 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연극 ‘아일랜드’의 한 장면.

“인간이 타인에 대한 책임을 안다면 우린 이 감방에 있지도 않았어.”

남아프리카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다 체포된 수감자들이 모인 남태평양 로벤이라는 섬을 배경으로 한 연극 ‘아일랜드’(연출 서지혜)가 14일 오후 8시 울산문화예술회관을 찾는다.

연극에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원스톤(남동진 분)과 10년형을 선고받은 존(최무인 분)이 등장해 불평등하게 포박당한 그들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죄수가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극이 진행되어 가지만, 연출가가 풀어내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설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연극 연출의 새로운 기준으로 호평 받았던 서지혜씨의 직접화법은 자칫 어둡거나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보다 현대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돌 푸가드(Athol Fugard)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이 연극은 김장호씨의 번역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 점이 눈길을 끈다. 김씨의 번역으로 인해 번역극 특유의 이질적인 대사의 흐름은 최소화됐고, 한국적인 정서의 언어로 각색됐다. 특히 기존 문어체의 대사는 실제 우리나라의 어느 구치소에서나 들려올 법한 언어들로 대체되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원스톤과 존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섬에서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극중 감옥의 연회를 위해 연극 ‘안티고네’를 준비하던 중 존의 형기가 줄어 석달 뒤 출소하게 됐다. 동료인 윈스톤은 존이 가지게 될 자유에 대한 부러움과 절망, 외로움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후 그들은 간수와 죄수들 앞에서 그들이 준비한 연극 ‘안티고네’를 선보이며 그들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본다.

이 연극을 통해 배우 남동진, 최무인씨는 지난 2012년 밀양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삿포로에서 개최된 ‘삿포로 TGR(Theater Go Round) 2014 극장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울산문예회관 관계자는 “흑백 인종문제를 넘어 법과 권력, 국가와 개인의 삶, 자유에 대한 갈등을 다각적으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현재 동시대인들의 법과 정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얼마나 무력한지, 우리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하고자 한다”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자유에 대한 소중함,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연극을 통해 느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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