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과학기술의 국경선은 무의미
동포과학자 등 국제 네트워크 구축하고
세계 특급인재들 정착할 터전 마련해야

▲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지난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미 과학기술자 대회(UKC)’가 열렸다. 2003년 캘리포니아에서 380여명의 한미 과학기술자들이 참가하여 대회가 시작된 이후 매년 규모가 커져 올해는 1300여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필자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UKC에 참석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상목 서울대 교수,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 명예총장, 강성모 KAIST 총장 등이 대회기간 중 기조강연을 했고, 12개 심포지엄과 13개 포럼 등이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열렸다. 50개주에 1만여명의 동포과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번 대회는 재미 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간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 협력은 우리의 한정된 가용자원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가 크게 확대 되었지만 전 세계 R&D 투자의 약 3%에 불과한 수준이다. 따라서 나라 밖에서 사용되고 있는 97%와의 연계 및 협력이 중요한데,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과학자들과의 교류가 일정 부분 효과적인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 유명 대학에서 온 교수들이 미국내 고급 두뇌들을 채용하기 위한 인터뷰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미국에서 공부한 우수한 인재들을 한국의 과학기술계에 영입하기 위한 좋은 기회였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지난 1997년 펴낸 ‘인재전쟁 보고서’에는 “21세기 국운은 우수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저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은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쿼터를 대폭 확대한 이민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미국내 창업가 중 이민자 비율이 1996년 13.7%에서 2012년 27.1%까지 늘어났다. 일본은 외국인 고급인재 유치를 위해 국내 거주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영주권 제도의 개선을 추진해 기술인력의 유입이 크게 증가하였다.

미국과 함께 G2로 등장한 중국은 인재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세계일류대학 육성 프로그램인 ‘985공정’을 도입했고, 2008년부터는 ‘천인계획’이라는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2천명의 우수 두뇌들을 유치하려고 한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적다는 핸디캡을 적극적인 해외 인재 유치를 통해 극복한 대표적인 나라다.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기술대 등 명문대 유학생의 학비 절반을 정부가 장학금으로 보조하는 대신, 졸업 이후 3년 동안 싱가포르에 남아 일하도록 함으로써 인재 유치 및 활용에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 정부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우수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2017년까지 300명의 세계 Top 1% 과학자를 유치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올해 7월말 현재 119명을 확보했다. 미래부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한국형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인데, 박사학위 취득 후 5년 미만의 잠재력 있는 해외 신진 연구자에게 인건비, 체류비, 유치기관 지원비 등을 포함해 연간 최대 7천만원을 5년간 지원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 경쟁국가들이 인재 영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안에 우리는 정책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셰계적인 특급 인재들이 모여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우수 전문인력들이 잠시 거쳐가는 나라로 인식돼 왔다. 공들여 유치한 인재들에게 적극적인 지원과 활용책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현상이 반복돼 온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과학기술의 국경선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자들과의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적을 떠난 해외 인재들의 영입에 범정부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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