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4·26 재·보선 참패에 대한 민심 이반 대책을 논의한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개혁 피로증"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개혁을 마무리짓고 수습을 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개진하였다고 한다.  민주사회에서 의견개진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한나라의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에서, 그것도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최고위원들이 이러한 의견을 개진하였다는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과 판단이 직·간접으로 국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심히 우려된다.  몇 년 전 IMF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한국사회는 성장 제일주의의 그늘에 가려진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비효율과 방만을 되돌아보고 이를 반성하고 개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야말로 위기가 곧 기회인 시간을 맞이하게 된 셈이었다. 한국사회를 추스리고 정비하여 선진국 진입으로의 도약대를 마련할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선진국 뿐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인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이자 시험대라고 할 수 있었다.  IMF 초기 이 중대성을 깨달은 김대중 정권은 국민들에게 4대 개혁을 제시하였고 국민들도 이에 부응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감수하였다. 그러나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외환사정이 나아지면서 김대중 정권은 개혁에 대한 고삐를 늦추었고 국민들도 국가적 환난도 쉽사리 극복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국가에 대한 신인도는 개혁실시 초기에 다소 상승하다가 지금까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어떻게 수 십 년간에 걸쳐 고질화된 한국사회의 병폐가 하루아침에 극복될 수 있겠는가? 간단없는 노력과 인내, 그리고 희생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터인데. 오늘날 국정의 어려움은 김대중 정권이 개혁의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데 그 중요 원인이 있다. 개혁의 일관성, 지속적이고 일상화된 개혁, 그리고 개혁의 시스템구축만이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담보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일 것이다.  울산경실련은 지난달부터 중앙경실련과 연대하여 개혁 실종과 민생 파탄에 대한 대통령의 각성과 흔들림 없는, 지속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정의 난맥상을 초래한데는 대통령의 책임 못지 않게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며, 야당도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구태의연하고 당리당략적이며 비전이 없는데다가 경우에 따라선 비도덕적인 정치꾼들에게서 어떻게 내일의 한국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당의 비 민주화, 지역감정 조장, 뇌물, 병역비리로 얼룩진 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근 박노항 원사가 검거되면서 병역비리가 다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왜 유난히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들의 아들만이 병약하여 군대에 가지 못할까? 박노항원사가 연루된 병역비리뿐만이 아니라 차제에 병역비리에 대한 전반적이고 전국적인 수사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울산에서도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 때 몇 몇 입후보자에 대해 병역비리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대상 후보자들 모두가 이를 극구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어떤 후보는 삭발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 문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되었다. 그러나 이 일이 어디 유야무야 넘어갈 성격인가? 하물며 그들이우리의 지도자가 되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겠다고 나섬에 있어서는. 병역비리 문제에 있어서는 명명백백한 사실확인 작업이 필요하고 엄중한 처리가 필요하다. 내년 4대 지방 선거에 있어 국방의 의무마저도 저버린 속 검은 지도자를 뽑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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