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지역의 경쟁력 가늠하는 척도
시민들의 인식 제고와 태도변화 통해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만들기 힘 모아야

▲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누구나 한번쯤 여행이나 출장으로 다른 지역을 방문했던 때를 되돌아 보면 기억이 생생한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언제 다녀왔는지 생각조차 가물가물한 곳이 많다. 필자의 경우에는 해외여행에서 고색창연한 고대 역사유물이나 잘 정돈된 도시환경, 놀라운 자연환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지만 정작 그 때를 생각할 때마다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은 곤란한 일로 당황하거나 힘들어 할 때 그 곳 주민들이 보여준 작은 배려와 친절이다.

오래전, 일본어도 잘 못하는 필자가 한 무리의 연수단을 이끌고 나고야의 지하철에서 다음 행선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구석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여성노인 한분이 다가와 갈 길 다른 우리를 목적지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준 기억은 아직도 내게 나고야하면 친절하고 따뜻한 곳으로 각인되어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남아있다.

친절은 이제 더 이상 백화점이나 금융기관에서 하는 마케팅 수단에 그치지 않고 한 국가나 지역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그 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나 외지인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친절한 행동 하나가 호감을 주고, 그 호감이 하나하나 쌓여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면 그게 바로 그 나라, 그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지로, 또 그 곳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신뢰와 구매로 이어진다.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는 왠지 삭막하고 딱딱할 것 같은 산업도시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부드럽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울산을 표방하는 시정 비전이다. 품격이란 사전적으로 인간의 품성과 인격을 의미한다. 따라서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를 쉬운 말로 바꿔 쓰면 바로 ‘친절한 울산’과 다름 아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세계적 기업을 두고 있는 울산은 수많은 외국인과 외지인이 방문하고 머무는 곳이다. 이들이 울산에 체류하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바로 울산의 이미지가 된다는 점에서 울산시민들의 친절에 대한 인식제고와 태도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친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강력한 실천의지가 필요하다. 친절의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친절의 영어표현인 kindness에서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잘 알다시피 kin은 친족, 가족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친절이란 바로 가족이나 친척을 대하듯이 하는 것이라고 하면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가.

또한 친절도 일종의 습관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품격있고 따뜻한 울산시민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우리 자녀들에게 배려와 친절을 조기 교육할 필요가 있다. 여행 중 묵을 방을 못 구한 어느 노부부에게 선뜻 자기 방을 내준 시골호텔의 종업원을 후일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의 총지배인으로 기용한 아스터 부부의 얘기는 조건없이 베푼 친절의 힘을 잘 보여준다.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작가 쇠렌 드레이어는 “친절은 화폐와 같아서 돈처럼 쓰고 나도 결국 돌고 돌아 자신도 모르게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아동학대를 비롯해 최근 몇 년동안 울산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는 국민들에게 매정하고 삭막한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각종 지역축제 현장과 휴가지에서 목격된 쓰레기 오물방치와 무질서 행위, 도심 이면도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무질서한 주차행위와 그로 인한 다툼 등은 울산의 품격을 훼손하는 심각한 징후일지 모른다. 늦기 전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운동을 통해 품격있는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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