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지인에 상대적 박탈감 느껴

접속시간 정하는 등 특단조치 필요

일조량 감소하는 가을 우울증 증가

햇빛 쬐며 가볍게 산책하면 도움

▲ 이석진 큰빛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우울증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최근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카·페·인으로 인한 우울증이다. 습관처럼 SNS를 드나들며 보게 되는 타인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울감으로 이어진데서 만들어졌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 화려한 외국에서의 일상, 연인과의 여행, 가족들과 함께한 도시락 소풍 등 SNS 속 지인들의 일상은 늘 화목하고 사랑이 넘친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 연구팀이 페이스북 사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페이스북을 오래 사용할수록 우울감을 쉽게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SNS가 유발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의 자존감과 행복감을 갉아먹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SNS가 우울증 유발… ‘카·페·인 우울증’

일상의 모든 국면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리는 것이 생활화됐다면, 어느 순간 ‘현실의 나’와 ‘SNS 속의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자기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는 ‘리플리증후군’의 위험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늘 행복해 보이는 SNS 속 지인들의 생활을 통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만약 특정 누군가 때문에 열등감과 우울감이 생겼다면 그 상대를 차단하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페이스북의 경우 상대를 ‘아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팔로우를 취소해 타임라인에 뜨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 SNS에 접속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접속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거나 SNS 채널 개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조량 감소로 계절성 우울증 환자 증가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11년 연속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의 단초는 심각한 우울 증상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의 우울증 증세가 남성보다 더 높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리고 유독 가을이 되면 우울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수도 늘어난다고 한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일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대체적으로 남쪽 사람들에 비해 북쪽 사람들이 말수가 적고, 침울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숲이 많은 반면 일조량이 적고, 추운 날씨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가을 환절기 우울증의 경우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절성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슬픔, 짜증, 불안, 활동 저하, 탄수화물 섭취와 관련된 식욕증가, 체중증가, 수면증가, 낮시간 동안의 졸림, 일이나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발생, 생리 불순 등이 있다.

이석진 큰빛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낮 길이가 점차 짧아지면서 일조량이 감소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 후 호전되지만 일부는 우울감이 심해져 직장생활이나 집안일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운동 등 야외활동으로 햇빛을 쬐는 시간을 늘리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위해 커피나 음주, 흡연을 자제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꿔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고 왜곡으로 자살 생각한다면 치료 시급

누구나 한번쯤 가벼운 우울감이나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상실감 등의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우울증이 진행됐을 때 병원을 찾는 것이 좋을까.

이석진 전문의는 “우울증 증상을 느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울감이 오랫동안 호전되지 않고, 식사 등 기본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주변 사건들에 대해 파국적, 왜곡된 사고가 지속된다면 병원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사고의 왜곡으로 인해 죽음까지 생각하게 된다면 치료가 매우 시급하다”고 밝혔다.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신과적 면담을 포함한 심리검사, 기본적인 의학적 검사를 받게 된다. 정확한 진단 후에는 우울증의 경중에 따라 상담치료,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기법으로 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조합해 치료받게 된다.

이 전문의는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많지만 증상의 호전과 기능회복을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 또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치료받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가벼운 우울증 증상은 스스로 조금만 노력해도 극복할 수 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계절에는 야외 산책 등으로 햇빛을 쬐는 것이 좋다. 또 적절한 운동,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유지하고, 명상, 여행을 떠나는 것도 소진된 감정을 충전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 전문의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햇볕을 자주 접하는 것이 좋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과 더운 목욕, 공연관람 등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취미활동도 좋다. 또 달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이석진 큰빛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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