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로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수확물을 갈무리해 월동준비하는 계절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 박유억 케이알엠에이씨코퍼레이션 대표

어느새 가을이 한가득 보도 위로 내려 앉았다.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밀려 스스스 드드드 뒹군다. 봄과 가을이 많이 짧아진 듯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계절이 뚜렷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자연환경에서 농경생활로 삶의 주된 기반을 이루며 살아왔기 때문에 계절에 관한 의식과 표현이 무척 다양하다.

봄은 시작을 의미하는 계절이다. 온화하고 화창한 날씨에 만물이 깨어난다. 생동감이 넘치고 흥겨움과 풍류도 생겨나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농사로 치면 한 해의 계획을 세워 씨앗을 뿌리고 파종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인생에서는 태어나서 20대 중반까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흡수하여 받아들이고 성장하며 내면이 발전하는 시기이다. 사춘기의 격정적인 마음을 잘 절제하여 알차고 풍요한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무조건 많이 공부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른 길,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다.

여름은 농경 생활이 중심이던 시절엔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계절로 여겼다. 봄에 씨 뿌리고 파종한 작물을 거둬들이기도 하고, 가을에 더 풍성한 수확을 위해 정성을 다해 가꾸어야 하는 농번기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고 했다. 새벽별을 보며 논·밭에 나가 일하고 저녁별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 연속됐다.

30대부터 50대까지가 바로 계절로 치면 여름인 셈이다. 대개는 결혼을 해서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책임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여 집중하고 살아야 하는 시기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가정에서, 사회에서 보람과 성공을 얻게 된다.

가을은 최선을 다한 여름의 노고가 드러나는 시기다. 열심히 일한 만큼 풍성한 수확물로 생활도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거둬들인 것을 잘 갈무리하여 월동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60대부터 70대 중반까지로 봐야 할 것이다. 젊은 시절, 자기자신을 생각할 겨를없이 가족과 사회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 왔으므로 이제 스스로의 인생을 즐길 시기이기도 하다. 맛있는 것도 먹고, 보고 싶은 것도 보고, 멀리 여행도 하며 비로소 여유로운 여가를 즐겨야 한다.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우리 부모 세대만 해도 한해 동안 밀린 일이나 관계를 청산하고, 섣달 그믐까지는 그 사이 진 빚을 다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으로 치면 70대 중반 이후에 해당한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다. 100세 시대라는데, 후세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있다. 경험과 지식과 재산을 이웃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나누어야 하는 시기이다.

나뭇 잎들의 색이 옅어지고 하나씩 둘씩 울긋불긋 단풍으로 변하고 있는 가을을 느끼며, 잠시 인생의 사계절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공부하고 일하는 눈코 뜰새없이 바쁜 일상, 생활의 무게가 가슴을 조이고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는 일상, 이익과 권력을 놓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고 아우성 치는 일상이더라도,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며 차분히 인생을 관조(觀照)해 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박유억 케이알엠에이씨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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