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꽃피우는 공간 만들어야
지식기반사회 속 국가경쟁력은 인재

▲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2015년 10월12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개원식이 있었다. 이날은 울산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다. 필자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유니스트가 탄생할 때부터 지켜봐온 필자는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지난 10년간이 한편의 드라마같다는 생각을 했다. 2005년 울산국립대학 설립이 결정되었을 때 필자는 칼럼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누가 대학의 갈 길을 묻거든, 울산국립대를 보게 하라고 말이다. 당시에 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울산시민 60만명이 서명할 정도로 우리 울산의 숙원사업이었지만 우리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줄고 있고, 전국의 대학이 구조조정 되고 통폐합되는 마당에 신설을 한다고 하니 그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UNIST는 출발부터가 드라마틱했다. 당초 울산시가 건축비 절반을 부담하려 했었다. 그러나 필자는 반대했다. 그렇게 되면 무늬만 국립대이지 시립대와 뭐가 다르냐며 제동을 걸었다. 2005년 9월2일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 거기서 건축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관철시켰다. 그 대신 울산시가 대학 발전기금을 내기로 했다. 그 발전기금이 지금의 유니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2007년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법을 만들때도 그랬다. 필자가 법안을 발의한지 22일 만에 국회를 통과시켰다. 동료의원들이 놀랐다. 국회역사상 최단기일에 통과된 법일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법안이 통과된 당일 오전에 전국의 교육관련 34개 단체가 제동을 걸었다. 전 국회의원실에 반대성명을 배포했던 것이다. 만일 하루만 늦었어도 법안 통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에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니스트를 3개 과기원과 함께 교육부에서 미래부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일부 부처의 반대가 극심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기현 울산시장 등과 함께 열정적으로 노력한 끝에 미래부로 옮겼다. 실질적인 과기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약 3년간의 진통 끝에 올해 3월3일 울산과학기술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처럼 유니스트는 한 편의 드라마로 탄생했다. 울산시와 울주군의 발전기금으로 값비싼 실험실습 기자재를 장만하고 전 세계 우수 교수들과 뛰어난 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약 1조원이 투자돼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원이 되었다. 세계적인 과학출판사인 Elsevier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니스트의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전 세계 대학 중 세계 16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 것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헌신적인 노력을 한 조무제 초대 울산과기대 총장의 노력이 매우 컸다. 유니스트의 발전상을 본 어느 장관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필자는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는 기적의 현장에 있다고 말이다. 그 기적을 만든 것은 120만 울산시민들이라고 말이다.

지금 울산경제가 어렵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어느 한 곳 편한 곳이 없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해 온 과거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선도적인 창조형으로 바꾸고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인재가 곧 국가경쟁력이다. 지식은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고 쓰면 쓸수록 새로워지는 유일한 자원인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10년 전에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벌판을 유니스트라는 기적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우리는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과학자가 대접받는 풍토와 정주환경을 조성해서 전 세계의 고급두뇌가 여기 울산에 정착하게끔 해야 한다. 산학연의 연구성과로 창업하는 혁신의 공간이 돼야 한다. 창조경제를 꽃 피우는 대한민국의 인재정원(人材庭園)이 되어야 한다. 유니스트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겠다고 한다. 지금부터 15년 뒤다. 지난 10년간 기적을 만든 것처럼, 15년 뒤에도 그 꿈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그것은 가능하다. 유니스트가 다른 곳이 아닌 대한민국 산업도시 울산에 있기 때문이다. 15년 뒤 그 기적의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칼럼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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