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장과 함께해온 직원들
한창 일할 나이에 쫓겨나기 일쑤
다시 일터로 되돌아갈 여건 조성을

▲ 김영조 위동해운 팀장 재경울산향우회 운영위원

사람 대신 기계가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시작된 명퇴 및 정리해고는 한창 학비가 많이 들어가는 중·고·대학생을 둔 중년 아버지들의 어깨를 늘어뜨리고 사회적 분위기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요즘은 정년퇴직을 하고 자녀들이 독립을 해도 일에 대한 열정과 경륜을 바탕으로 제2의 삶을 리모델링하는 추세인데, 직장에서 완숙하고 한창 노련해 졌을 때 집에서 편히(?) 쉬라고 하면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수 없다.

오늘날 나이는 ‘자신의 나이 X 0.7’이라 할 만큼 모든 수용 능력이 예전과 달라 오히려 정년을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마저도 일자리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 정부에서는 이른바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사필귀정(40대에 반드시 정년 퇴직함)을 타개하고자 내놓은 방안이 임금 피크제인데 기업에서 적극적 시행을 차일피일(此日彼日)미루고 있는 동안 황태(황당한 퇴직)를 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년인 필자세대 역시 이구동성으로 공감하고 있기에 사력을 다하는 견마지로(犬馬之勞)로 견뎌내고는 있지만 위태로운 사회 분위기에 동태(엄동설한 명예 퇴직)되지 않을지 노심초사(勞心焦思)이다.

하버드대 McClelland 교수는 <성취 동기 이론>이라는 책에서 터키가 주변 강대국 속에서도 독립을 유지해 온 이유와 인도가 경제 발전이 더딘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터키는 한 지방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중견 기업에 입사해 남보다 열심히 일한 결과 10년 후엔 중역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인도는 다음 생애에 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나려면 죄를 짓지 않아야 한다며 가장들이 불혹이 넘으면 수도하러 입산해 버린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고학력에다 외국어 실력과 각종 자격증까지 완비하면서 젊음을 오로지 미래에 투자하며 살아도 무직 또는 실직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심리적 압박과 공허함이 큰 사회가 됐다. 프랑스 작가 에리크 쉬르데주는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에서 기업가가 해야 할 세가지 프로젝트로 기업의 수익, 소비자의 만족, 직원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한국은 그 중 직원의 미래를 도외시한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한계를 매일 경신하며 달려왔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했음에도 직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고 꼬집고 있다.

기업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보상적인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와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같은 훌륭한 기업가의 예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초록은 동색’ 마냥 사회적 기업이란 인식보다 개인적 자산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채용에 인색하고 해고라는 날 선 칼날을 휘두르는 것이라 짐작된다. 톨스토이는 ‘부(富)는 분뇨와 같아서 그것이 축적되면 악취를 내고 산포되면 땅을 비옥하게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무릇 ‘물보다 진한 것이 피이고, 피보다 진한 것이 돈이다’라는 식의 배금주의 풍조 만연과 ‘형제의 난’과 같이 기업의 승계 문제로 인해 야기된 병리현상은 아직 치유책을 못 찾고 있는 듯하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보장성 있는 안정을 국민이 체감함으로써 비롯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차치하더라도 장노년이 되어도 구체적인 희망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생산자 잉여가 아닌 소비자 잉여가 되는 기업 문화가 정착돼야 가능할 일이다. 축적만 하는 기업이 아닌 재분배의 실천으로 세상을 기름지게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서 대내외적으로 명실상부 훌륭한 한국 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실직 근로자들이 암흑 속 터널에서 벗어나 신명나게 구슬땀을 흘릴 수 있는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과 사회 환경이 조성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영조 위동해운 팀장 재경울산향우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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