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식 지키지 않는 현실이
내부 고발자 잦은 등장의 원인
법 지키는 품위 있는 사회 되길

▲ 김두수 정치경제팀 부장(서울)

“넌 복수를 원하고, 난 정의를 원한다.” 정치적 백그라운드가 없어 승진을 눈 앞에 두고 주저 앉는 우장훈 검사.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게 되지만 비자금 파일을 가로챈 안상구로 인해 수사는 종결되고, 그 책임을 떠안은 우장훈은 변방으로 내몰린다. 유력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을 돕는 정치조폭 안상구. 뒷거래의 판을 짠 이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이강희. 이들의 검은 커넥션에 잠입한 ‘정의의 사도’ 우 검사는 비자금 스캔들을 은폐하는 대통령 후보와 재벌, 그들의 기획자 이강희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특단의 묘수를 기획하게 된다. 9일 현재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내부자들’. 이병헌과 조승우, 백윤식이 열연하는 이 복수극은 그만큼 세인의 관심이 뜨겁고 여론의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을 강타한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의 ‘내부자’ 박 전 비서관의 ‘과거사 폭로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가 언론에 까발린 ‘속살’은 내년 4월 총선가도에 대형 변수로 등장했다. 연이어 보도된 핵심의 진위는 양측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여기에서 또다른 관심은 ‘공직 내부자’인 그가 왜 이같은 폭로를 뒤늦게 감행했을까에 있다. 그것도 총선이 임박한 잔칫집에 오물을 뒤집어 씌우면서 말이다.

그동안 울산지역 일부 정치권의 ‘내부자’에 의한 폭로설은 간간이 있어왔다. “지방선거 공천때 얼마 얼마를 줬다” “공천장을 줄테니 000을 가져오라고 했다” “A후보에 비해 액수가 적다보니 다시 돌려주고선 공천장은 결국 물건너 갔다”라는 등 미확인 소문도 돌았다. 그것도 총선을 앞둔 시점. 폭로 의혹의 중심부에 오른 당사자는 혹여라도 언론이 알아챌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렇다면 살얼음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내부자가 노리는 유형은 과연 무엇일까.

준 돈을 돌려받거나 차기에서의 공천장 또는 자리를 노리는 기회형과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실현하고픈 정의의 사도형이 있다. 다른 하나는 “너도죽고, 나도죽자”라는 소위 막가파식 폭로형이다. 여론의 휘발성이 가장 강하다. 또 한쪽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추락하게 되는 철저한 ‘복수형’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내부자도 있다. 박 전 비서관의 뒤늦은 폭로는 과연 어느 유형일까.

그렇다면 우리사회 조직에서 ‘내부자’는 어떤 관계일까. 함께 밥먹고 미운정, 고운정을 쌓아온 절친한 사람들이다. 관계와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질서와 신의를 중요시하는 기업과 공조직은 더욱 그렇고, 사랑하는 이성과의 관계도 그렇다. 감정이 뒤틀려 갈라서더라도 ‘과거사’는 모두 땅에 묻어두는게 최소한의 ‘미덕’이고, 그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 게 ‘상식인의 정서’다.

작금에는 일부 연예계는 물론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부부조차 갈라선 후엔 폭로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몸과도 같은 내부자’인데도 배신으로 얼룩지면 과거사는 무차별 폭로한다. 참으로 섬뜩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과연 이같은 ‘인간적 이상기류’에 대한 처방은 무엇일까? 결론은 모두가 안다. 설령 ‘비정상을 정상으로 합의한다’해도 관계적·정서적·신의적 모형만으론 영원히 신뢰를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준법정신은 기본이고 정도(正道)와 품위, 상식을 지키는 게 최선이다. 박대동 의원의 ‘사태’도 정도와 품위를 초월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울산의 내부자들’이 있다면 그들의 ‘모형’과 종착역이 더욱 궁금해진다.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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