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루는 급등 다음날에는 급락…공포지수 이틀 만에 16%↑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공포지수는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이틀 만에 15.9% 치솟았고, 국제유가는 바닥 모르고 추락 중이며, 금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오랜 기간 끌어온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침내 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과 불투명한 전망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줄줄이 이어질 내년부터는 시장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휩싸일 전망이다.

◇ ‘롤러코스터’ 글로벌 금융시장 하루 만에 웃다 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가 연이틀에 걸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를 반영하듯 18일(현지시간) 시장의 공포를 나타내는 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변동성지수(VIX Index)는 전날보다 9.3%나 높은 20.70까지 올랐다.

VIX 지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16일에는 17.86을 나타냈지만 다음날 18.94, 18일 20.70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1년간 VIX 지수 평균치가 16.64였던 점을 고려하면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당일에는 반짝 상승했지만 연이틀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 발표 당일인 지난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1.28% 오른 17,749.09에 마감했지만, 17∼18일에 각각 1.43%, 2.10% 하락했다.

S&P 500 지수 역시 16일 1.45% 상승 마감했다가 다음날부터 1.50%, 1.78%씩 내리면서 크게 떨어졌다. S&P 500 지수는 18일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는 무서운 기세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왔다.

프랑스 CAC 40 지수는 17일 1.41% 올랐다가 다음날 1.12% 하락했고, 독일 DAX 지수는 무려 2.57% 상승한 뒤 다음날 1.21% 떨어졌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17일 0.68% 올랐다가 다음날에는 0.82%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준 발표 직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59%, 한국 코스피는 0.4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1%, 선전성분지수는 2.72% 상승 마감했지만 하루 만에 판이 바뀌었다.

18일 닛케이평균주가는 1.90%, 코스피는 0.13%, 상하이종합지수 0.03%, 선전성분지수 0.28% 하락으로 모두 돌아섰다.

USAA의 버니 윌리엄스 수석 투자 애널리스트는 “초반에는 (연준) 발표에도 시장이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나중에는 매도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강(强)달러에 원유 가격 폭락…원자재·외환 시장 요동

원유, 금,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급락세를 탔으며 환율도 요동치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6일 4.90%, 17일 1.60%, 18일 0.63%씩 하락했다.

18일 WTI는 배럴당 34.73 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2009년 2월이래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1월 인도분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16일 3.46%, 17일 0.88%, 18일 0.49% 하락하면서 11년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원유 가격이 최근 추락한 것은 공급과잉에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원자재인 금과 구리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NYMEX에서 1월 인도분 금값은 16일 1.43% 올랐다가 다음날 2.53% 폭락하고 다시 18일 1.47% 오르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금 가격이 온스당 1천49.60 달러에 마감하면서 6년 만에 최저 가격을 찍었지만, 다시 1.47% 반등하면서 1천65달러로 회복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19일 오후 3시33분에도 온스당 1천66 달러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18일 갑자기 3.08% 급등하면서 톤당 4천685 달러를 보였다. 전날 1.39% 하락하면서 4천500 달러대에 머물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외환과 채권시장도 등락을 반복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6일과 17일 각각 0.78%, 0.36% 오르며 달러당 122.43 엔에 거래됐지만 18일에는 1.04% 주저앉아 121.16엔을 나타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6일 0.61% 하락, 17일 0.33% 상승, 18일 0.25% 상승을 보이며 달러당 1천183원을 보였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0.77%, 0.65% 내리다가 18일 0.17% 오르는 모습을 보이며 유로당 1.0868 달러로 돌아섰다.
◇ 금리인상, 불확실성 해소일까 증폭일까

장기간 끌어온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 나자 시장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이 긴장한 것은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부터다. 당시 버냉키 전 의장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언급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 일어났다.

여기에 재닛 옐런 의장이 올해 5월부터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사하면서 그 시점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7월, 9월, 12월이 모두 가능한 시점으로 꼽혔으며 연준은 올해 마지막 날을 단 보름 남겨 둔 이달 16일에야 연내 인상이라는 약속을 지켰다.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다시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우선 금리 인상 속도를 두고는 시장전문가와 연준 위원 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2∼3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 가운데서는 소시에테 제네랄(SG), 씨티, HSBC, 노무라 등이 내년에 2차례 인상을 전망했으며 바클레이스, 도이체방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이 3차례 인상에 표를 던졌다. 내년 총 인상목표 역시 1.00∼1.25%에 그쳤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의 예측을 나타낸 ‘점 도표’(dot plot)에 따르면 내년 4차례에 걸쳐 1.5% 안팎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연준은 FOMC 성명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 상황을 반영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공언해 경기가 나빠질 경우 다시 제로 금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미국 경제가 달러 강세와 긴축 정책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하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신흥국들은 환율이 치솟으면서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이미 한국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신흥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이번 금리 인상의 여파에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19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한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