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하며 끌고 가는 일방통행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리더십 필요
분노하는 국민이 없는 사회 만들길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리더십 부재의 시대다. 목소리 큰 사람은 많은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더러 옳은 말도 없지 않으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실천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용무도(昏庸無道)인가.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혼용무도라 한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그 원인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에 있다.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보면 이 평가가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 2014년 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은 34%이다. OECD 회원국 평균(41.8%)보다 7.8%나 낮다. 그렇다고 어찌 군주만 탓할 수 있겠는가. 국회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더 바닥이다. 올해 초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치인과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2.6%와 4.8%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144개국 중 26위에 머물렀으며 그 가운데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 부문은 97위에 그쳤다.

신뢰가 없는 정치는 실패다. 그런데 정치인은 거뜬하다. 국민들만 죽을 지경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질게 없다는 좌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16일이다. 울산시 중구 중앙시장에서 한 횟집 사장이 자신의 가게에 불을 질렀다. 1년 동안 월세를 못 내자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집행관들이 나와 횟집의 집기류를 빼내자 홧김에 불을 지른 것이다. 죽을 고생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적자의 굴레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다. 한 사람의 좌절과 분노가 사회문제로 확산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분노하는 사회는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만다.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리더는 없는 걸까?’ 한 방송사가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리더의 조건’의 제작진이 등장인물을 선정한 기준이다. 이 제목 그대로 펴낸 책의 서문에 따르면 이 기준을 통과한 리더들의 공통된 특징은 “특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적 통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이다. 명령하고 끌고 가는 리더십이 아니라 보통사람들과 다르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서 절로 배어나는 따뜻한 리더십 말이다.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이 책의 등장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의 재산은 1987년산 폭스바겐 비틀 한대가 전부다. 가난을 자랑삼을 이유는 없다. 그의 가난이 아니라, 소유에 대한 소신이 얼마나 강력한 리더십이 되는가를 들여다보자는 말이다. 우루과이는 중남미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그가 취임한 후 연평균 4%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UN이 발표한 ‘2013년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37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41위이다.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자’라는 철학을 가진 무히카 대통령은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약한 사람들의 것을 빼앗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국가를 이끌어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했다. 분노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말이다.

카메라 앞에서 눈을 부라리며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우리의 리더들에게서 신뢰의 리더십을 느낄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광복 70주년이다. 삶의 철학도, 우리의 리더십도 변화가 필요하다. 제각각 다른 행복을 누릴 줄 아는 국민, 그 국민을 미소 짓게 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