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15일 창간

새해를 맞아 참된 나를 찾고, 서로를 알고 싶은 시기다. 겨울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나 평소 자기시간을 찾지 못했던 기성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산사(山寺)는 머물고자 하는 이들을 머물게 하고, 떠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곳이다.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져 있고, 수행 구도자들의 삶과 수행의 기록이 담겨 있다.

산사에는 이 땅의 자연과 사람에게 귀 기울여 전해준 가르침과 아름다움이 있다. 혼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사찰의 건축, 회화, 공예, 조경 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찰 곳곳에 담긴 옛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다리와 같다.

템플 스테이(temple stay)는 한국의 가장 성공적인 문화관광상품 중 하나다. 전국의 유명 전통사찰에서 제공하는 템플스테이는 일종의 사찰체험 관광프로그램이다. 단순히 1~2일 정도 사찰에 머무르면서 산사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보다 구체적인 일정과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템플 스테이는 발우공양, 예불, 참선, 포행(산책) 등으로 구성된다. 유려한 자연경관과 전통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간직된 산사에서의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은 참 나를 찾고,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템플 스테이는 한국 정신문화를 전해주는 자기수행 프로그램이다. 개개인의 종교관을 떠나 템플스테이를 통해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고 실천을 다짐해보는 것은 어떨까.

◇통도사(通度寺)

경남 양산 통도사는 ‘쉼 그리고 비움: 나를 돌아보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오는 30~31일 주말 템플 스테이를 한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적멸보궁에서 행하는 기도와 참선, 삼보일배, 숲 명상 등 심신의 안정과 수행정진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번 주말 템플 스테이는 사찰예절, 통도사 문화재 이해하기, 참선 특강과 체험, 사물 관람, 예불, 스님과의 대화, 단주 만들기 체험, 108배와 명상, 자연과의 만남(서운암)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성인을 대상으로 통도사 템플스테이 수련관에서 진행하며 동참금 7만원. 참가자는 개인 세면도구, 운동화, 양말, 티셔츠를 준비하면 되고 조끼·바지 수련복은 제공된다. 문의: (055)384·7085.

한편 통도사 템플 스테이는 참가자 중심의 맞춤형, 모집공고를 통해 접수한 참가자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정기 템플 스테이, 여름수련법회, 기업연수 등으로 구분된다.

휴식형 템플 스테이는 일상의 번뇌와 욕망을 잠시 잊고 휴식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다. 참가일은 사전 협의해서 예약하면 상시 가능하다.

모든 일정은 자율적이며 산사에서 나를 뒤돌아보고 나를 찾아 가면서 문화재 관람, 포행, 산내 암자 순례, 기도 등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체험형은 40명 이상이 참가할 수 있는 학교, 기업, 단체 등에서 사전 협의를 통해 사찰에서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단체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어 사찰은 환경공간, 참가자들은 자연을 만끽하게 되는 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주말 템플 스테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경주 골굴사(骨窟寺)

경주 골굴사는 당일형과 휴식형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당일형은 관공서, 학교,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 정원 80명이며 성인 1인당 2만5000원. 성인, 중·고생, 초등생, 미취학아동 등 참가 대상에 제한이 없다.

당일형 프로그램은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골굴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선무도’, ‘선무도공연’, 신라 화랑의 기상을 계승한 체험형 프로그램인 ‘국궁’, ‘승마’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사찰식 공양(일반공양·발우공양), 스님과 함께하는 삶 나누기(다도·차담 등)도 체험할 수 있다.

관공서와 기업체의 연수, 학교의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각종 단체나 동호회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다. 각 단체의 성격에 맞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결합해 진행할 수도 있다. 선무도와 전통문화 공연은 매일 오후 3시30분 경내에서 열리며 월요일은 쉰다.

수련형은 1박2일 50명 정원으로 참가비는 성인 1명당 6만원. 휴식형은 20명 정원으로 성인 1명당 6만원에 상시 마련된다. 문의: (054)775·1689, 744·1689

한편 골굴사는 우리나라 템플 스테이의 시초가 된 사찰이다. 한국 불교와 전통 무예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면서 1992년부터 자연스럽게 ‘사찰숙박체험’이 시작됐다. ‘선무도’는 스님들의 심신 수련법의 하나로, 신라·고려·조선 승병들의 호국정신의 맥을 이은 전통무예다.

◇부산 범어사(梵魚寺)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678년)때 의상 대사가 해동의 화엄십찰 중의 하나로 창건한 사찰이다. 화엄경의 이상향인 맑고 청정하고 서로 돕고 이해하고 행복이 충만한 아름다운 삶을 지상에 실현하자는 취지였다. 해인사(海印寺), 통도사(通度寺)와 더불어 영남 3대 사찰인 범어사는 역사적으로 많은 고승대덕을 길러내고 도인을 배출한 수행사찰이다.

범어사가 위치한 선찰대본산 금정산의 선찰대본산은 마음을 닦는 맑은 도량이라는 뜻. 참선을 통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갖가지 잡념과 망상을 쉬게 하고 자신의 내면세계의 참다운 불성을 깨닫게 하도록 마음을 수행하는 근본 도량이라는 의미다. 문의: (051)508·5726.

◇경주 기림사(祇林寺)

기림사에는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23번의 하안거를 보낸 기원정사가 있다. 그 기원정사의 숲을 기림(祇林)이라 하며, 경주 함월산 기림사는 그런 연유에서 붙인 이름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의 본산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연중 인원에 상관없이 휴식형으로 운영한다. 1인당 3만원. (054)744·2292.

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