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본보13기 독자위원

요즘 M 방송국의 주말 드라마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헤어지고 혼자 외롭게 성공을 위해 고분 분투하는 가련한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은 소위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흙수저의 삶에서 힘들어하고, 부모도 자신들의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관한다. 주인공 주변에는 끝임없이 대립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이복, 이부형제들이나 악역의 조연들이 있고, 이들은 주인공의 친부모를 알고도 모른척하거나 알리지 않고 끝임 없이 괴롭힌다. 주변사람들은 이 사실을 다 아는데 당사자인 주인공만 모르고 있다. 이런 형태의 드라마는 최근 여러 방송의 트렌드가 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싸움과 갈등에서 시청자들은 제 3자 입장에서 주인공도 조연자도 되었다하면서 아드레날린이 충만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방관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갈등과 고통이 재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마치 옛 속담에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 싸움구경’이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올 새해 벽두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갑자기 핵(수소) 폭탄시험을 하여 우리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후 남북한은 첨예한 긴장감이 생겼고 우리 쪽에서는 단호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듯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불현듯 이런 긴장감과 갈등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볼까 생각해보았다. 마치 앞서 갈등이 최고조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이겠다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최첨단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의 모습을 마치 주말 드라마처럼 즐기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우리의 싸움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구경하고 싶어 한다. 바로 판문점, 휴전선 DMZ 관광이다. 한민족끼리 장장 248㎞에 걸쳐 남북한의 모든 군대를 주둔시켜 총을 겨누는 긴장의 공간이 외국인들에게는 꼭 구경해야 할 관광코스이자, 그냥 구경거리인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을 항상 초라하게만 여기고 자신없어 한다. 자신에게는 뛰어난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마치 우리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2015년 GDP 기준) 이라는 것을 잊은 채로 말이다. 우리가 세계 1위의 IT, 반도체 국가라는 걸, 세계 1위 조선, 철강 국가라는 걸, 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국가라는 걸 스스로 인지 못하고 있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가장 빈국에서 정말 기적처럼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성공하고 있는 국가라는 걸 잊고 있다.

10여 년 전 독일 유학시절 지도교수가 한국에 학회 참석자 왔을 때 그가 “앞으로 한국은 독일의 경쟁국이다”라고 말하면서 “한국은 이제 IT, 조선 등 몇몇 분야는 독일보다 우위에 있다. 더 이상 선진국에서 배운다는 애기를 하면 안 돼! 조금 있으면 너희가 선진국이야”라고 했는데도 가끔 나도 그것을 잊고 있다. 사실 그렇다. 예전에 우리보다 더 잘 살았던 나라들과,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은 우리나라를 발전의 최상의 모델로 생각하고, 우리나라에 와서 과학 기술을 배우고, 사회, 경제, 문화 등을 배워가고 있다. 현재의 우리의 위치가 이럼에도 우리는 매번 자신을 부족하다고하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주인공인 우리만 모르고 있다.

김진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본보13기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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