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법이란 무엇인가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이러한 형식의 질문들에 대해 독일인 철학자 니체는 질문속에 이미 답이 들어 있으므로 대답은 질문의 반복일 수밖에 없어 무의미하다고 한다.  가령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옳음이라고 답하면 "옳음=정의" 또는 "정의=옳음"이므로 결국 동어반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질문의 형식을 "정의에 대해 묻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식으로 바꾸면 질문자가 그러한 질문을 하는 숨겨진 의도에 대해 다양한 내용의 해석과 답변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익숙한 질문형식 대신 니체가 제안한 방식에따라 "법에 대해 묻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다소 낯선 형식의 질문을 하고 우리사회가 구성원인 개인에게 법에 대해 묻는 의도를 가늠해 보려고 한다.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가 법에 대해 묻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형식을 "사회가 법이라는 수단으로서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형식으로 바꾸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가 몸 담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라고 이름붙여진 조직체는 그것을 구성하는개별적 존재들의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문명사회나 미개사회와 같이 한 사회가 다른 사회와 구별되는 특성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는 각 구성요소들이 서로의 조건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연속적 상호작용에 의해자신만의 독특한 모습을 만들고 유지하고 변화해가는 생명체이고 그것을 구성하는 개별적 인간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몸인 것이다.  인체의 각 부분이 요구되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고 다른 부분이 그 작용에 정상적으로 반응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이 사회역시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발전적인 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각 구성요소들이 행위 당시의 사회가 요구하는 원칙에 따라 행위하고 다른 구성요소들이 그 행위에 정상적으로 반응함으로써만이 가능할 것이다.  법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의 구성원인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의 원칙 내지는 행위의 기준인 동시에 사회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요인들을 제거하고 치유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도 사회나 법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도구로만 인식하고 이해한나머지 법을 지키지 않고 기피하면 그 사회는 정상적인 흐름이 막혀 정체되고 결국에는 부패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에 비례하여 부패의 정도도 더욱 넓고 깊어질 것이다.  법질서가 무너진 자리에는 반드시 야만적 폭력이 대신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적 사실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6·25전쟁, 최근의 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아래서의 국가사회의 혼란과 몰락은 바로 나의 불행으로 직결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한 사실에 기초해 사회와 그 구성원인 개인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운명공동체이고 개인의 건강한 삶은 사회의 건강이 유지되고 존속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쉽게 추론해낼 수 있으며 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도 명백해진다.  그것은 바로 법을 잘 지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에서 나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사회가 우리에게 법에 대하여 묻는 의도는 우리모두의 행복한 공생에 있음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