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배치 거부 방침 이어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환배치 거부 방침(본보 2월1일자 1면 보도)을 세운데 이어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장할 것을 사측에 촉구해 과도한 인사·경영권 요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이 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처럼 사측의 인사·경영권도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의 밀어붙이기식 경영 및 일방 질주 등을 견제하고 경영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노조에 경영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참여권의 한 방안으로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노조에 보장하는 동시에 다음달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준비단계부터 노조 실무자를 참여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부실 경영에 따른 3조원대 적자와 흑자전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조합원들도 맡은 업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앞서 건설장비·엔진·전기전자사업부 인력을 조선사업부로 옮기는 사측의 ‘전환배치’ 계획을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보고 강제 전환 철회를 위한 투쟁을 결의한 바 있다.

문제는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 및 전환배치 거부가 대표적인 인사·경영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 사례를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노사 협의를 통해 자율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을 역임한 삼육대학교 경영학과 이강성 교수는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개입이 심해지면 사측은 노조의 동의없이 어떠한 중요한 의사결정도 내릴 수가 없게 된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노조의 노동3권과 사측의 인사·경영권이 상호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도 하도급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전환배치 의혹을 해소하고 경영부실에 대한 원인 및 대책 등을 노조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규모 축소 및 조직력 붕괴 등을 위해 전환배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금과 같은 경영진의 형태로는 앞날이 캄캄하다”며 “노조를 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등 경영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주총회나 이사회에 경영상황을 보고하고 있고, 조언을 받고 있다. 일방 경영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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