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건물’과 ‘건축’은 비슷한 말 같지만 차이가 있다. 건물은 살거나, 일하거나, 물건을 넣기위해 지은 집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건축은 다소 복잡하다. 사람의 요구와 각종 재료를 종합해 실용적·미적 감각을 충족시키도록 만든 구조물로 해석된다. 건축가의 상상력과 조형성을 감안해 구조물을 바라볼 때 ‘건물’이 비로소 ‘건축’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늘 곁에 있던 건물을 가치있는 건축물로 활용하는 여행상품이 첫 선을 보인다. 제주도의 ‘서귀포 건축문화기행’이다. 최고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섬이 인공의 건축물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것 같다. 여행상품은 지난해 펼친 사전작업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200여개 건축물을 사전조사하고, 그 중 80여 개를 기행 동선 속에 포함했다.

여기에는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과 방주교회,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안도 다다오의 본태박물관, 추사 김정희의 절제미를 표현한 승효상의 추사관, 천재화가 이중섭의 집과 제주를 사랑했던 사진가 김영갑의 두모악 등이 포함된다.

제주와는 아직 비교가 안되지만 울산에도 비슷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건축물을 재산이나 투자가치로 여기는 게 아니라 그림이나 시를 감상하듯 바라보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된 배경으로 거대 건축행위가 동시다발로 이뤄진 혁신도시와 베이비붐 세대의 전원주택 관심도가 조금씩 시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놓았다고 분석했다. 여세를 몰아 오는 11월 국내최대의 건축페스티벌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울산에서 열리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본보에서도 지난 달부터 이와 연관된 연재물을 시작했다. 큰 제목은 ‘건축, 문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장생포박물관과 달동문화공원 화장실 등 지금까지 총 4회(매주 금요일) 분이 소개됐다. 필자들은 모두 건축가들. 이들은 역사적 배경이나 지구단위 개발계획으로 울산을 바라보지말고 작은 단위의 건축물에서 울산의 속살을 들여다보자며 동참하고 있다. 원고는 깊이는 있되 결코 어렵지 않다. 전문가의 직관과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은 주변의 평범했던 건물을 새로운 건축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필자의 영역은 더욱 다양해진다. 건축이나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대학교수들과 타 시도의 건축가가 울산의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가 몰랐던 울산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소개될 지도 모른다. 예를들어 울산박물관은 전시물 이외에 자연과 일체화 된 옥상 구조물이 새로운 각광을 받을 수 있겠다. ‘웅장미는 있으나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는 한국석유공사의 청사가 왜 그렇게 지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증이 풀릴 수도 있다. 유적의 보존 보다 활용에 무게를 둔 약사동 제방유적 전시관의 반전도 전문가의 시각에서 또다른 재미를 보여줄 것이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같은 문화현상이 올해의 행사로 그칠게 아니라 전문적인 건축비평과 대중적인 건축기행 형태로 계속 발전되길 바란다. 앞으로 지어질 시립도서관과 미술관, 전시컨벤션센터와 국립산업기술박물관 등 도시의 랜드마크는 시민들의 인식이 따라줘야 제대로 세울 수 있다. 도시의 품격, 건축문화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문화와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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