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옥희 상원건설 대표·본보13기독자위원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옛날부터 ‘다반사’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다반사’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을 말한다.

우리생활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없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입버릇처럼 우리들은 친지나 친구들과 헤어질 때 ‘나중에 차나 한잔 같이 하자’는 말을 한다. 물론 상대에 따라 ‘식사나 한번 하자’는 말도 하지만 식사보다는 차 한잔이 부담없이 다가온다.

차에는 이처럼 생활의 여유와 정신의 휴식이 있다. 차는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맛에서 전통차가 커피보다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분위기로 보면 커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굳이 분위기를 따지자면 커피가 그윽하고 낭만적이라면 다도를 지켜 마시는 전통차는 커피에 비해 훨씬 멋과 깊이가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통차는 격식이 까다로워 마시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전통차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전통차 역시 본질은 편안하게 마시는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의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울산 도심에는 하루가 다르게 커피전문점이 생겨나고 있지만 전통차를 파는 곳은 갈수록 줄고 있다. 울산 전체를 통틀어 손 꼽을 정도다.

울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전통차의 역사가 오래되고 차인들이 많다. 차밭 역시 많은 곳이다.

<삼국유사>는 우리나라에 중국차가 처음 들어온 것이 신라 42대 흥덕왕 때로 기록해 놓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자장 율사가 태화사를 건립할 때 이미 태화사 승려들이 다운동 일대에 차를 재배해 마셨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만큼 차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울산은 현재 울산차인연합회 아래 50여개의 단위 차회가 있고 이에 소속되지 않은 차인회도 많아 줄잡아 전통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5만~6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밭 역시 곳곳에 있는데 최근 울산시가 태화강 일대에 조성한 차 밭 외에도 다운동과 언양 일대의 자생 차밭은 오랜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전통차의 역사가 오래되고 차밭이 많은 울산에서 우리의 전통차를 특산품으로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지방화 시대 이후 지역 특산품을 개발해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특산품 판매로 소득을 올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흔히들 차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자연식품이라고 한다. 60년대 이후 공업도시가 되었던 울산은 우리나라 경제개발에 앞장섰지만 그동안 자연이 많이 훼손돼 공해도시라는 오명도 함께 해 왔다. 따라서 울산이 자연식품인 차의 생산지로 알려지면 이런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공해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시가 전통차의 개발과 지원에 앞장서고 시민들은 커피보다 전통차를 즐겨 마셨으면 좋겠다.

이옥희 상원건설 대표·본보13기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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