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규제개혁 해제 주문에도
정부 게놈사업 실무자들 적극성 부족
정부-지자체-민간 관계자 협력 절실

▲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미국에선 구글의 자회사인 23andMe라는 회사가 엄청난 수의 일반인의 유전자 검사를 수행했다. 2007년부터 10년간 120만명이 의사의 허가 없이, 인터넷 주문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검사한 것이다. 그에 반해 한국에선 이런 유전자 검사를 못한다. 굳이 하려면 병원을 통해서만 훨씬 비싼 가격에 해야 한다. 이 규제에 때문에 한국 기업은 게놈상용화 기술이 선진 기업들에 비해 엄청나게 뒤처져 있다. 최근 미국, 영국, 일본엔 수백 개의 게놈기반 경쟁 회사가 폭발적으로 생겨났고,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구글, 애플, IBM, SONY 등 글로벌 대기업까지도 게놈분야에 뛰어들었다. 선진국에선 게놈 기술혁명이 보편화, 대중화 단계까지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시도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필자가 경험한 한국식 규제는 원칙에 충실한 독일식 규제도, 치밀한 일본 사회의 법치주의식 정밀 규제도 아니다. 최대한 책임회피를 하면서 일의 양을 최소화하고 ‘갑질’할 수 있으면 하는,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 그런 것이다. 기업들이 신청하는 보건복지부의 유전자 검사 항목의 등록은 신고제다. 하지만 허가제로 운영돼 왔다. 그 과정에서 국민과 기업을 대하는 태도는 고압적이고 거만했다. 이런 식으로 한국사회의 규제는 완고하고 비합리적이며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다 같이 죽어가도 모르는, ‘규제 문화’라고 해야 할 수준까지 도달한 질긴 생존력의 정신적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수년간의 ‘집착’에 가까운 규제개혁 소신과 그 실행력을 보고, 희망이 보인다. 필자가 속한 게놈기반 생명공학산업에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 의사의 허가 없인 못하게 꼭꼭 묶어둔 유전자 검사를 국민이 원할 경우 병원에 안 가고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6년 9월께면 법적으로도 이게 가능해질 것 같다. 대통령이 이 분야의 규제개혁과 발전을 수차례 직접 언급한 결과다.

이번 한국의 유전자 검사 규제 해제엔 3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국민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자유·자율주의에 맞게 본인의 유전정보를 본인이 원하면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둘째,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산업군인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핵심인 게놈(유전자 전체) 상업화를 선진국과 대등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셋째, 국가적으로 특수집단들의 좁은 의견에 휘둘려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남용된 규제들에 대해 꼭 지켜야할 것만 지키면, 나머지는 해도 되는 자유주의에 맞는 선진화된 ‘네거티브’ 체재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의 노력을 피부로 느끼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작 국가적 비전과 국민대표의 의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 추진할 부처 실무자들에게선 그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5일 울산시가 추진하는 최첨단 게놈사업이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선정됐다. 3년간 총예산 37억이다. 이는 지역 주민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 기여하는 복지성 육성 사업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게놈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IT기술이 개발되고, 의료진단산업에도 획기적인 발전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울산과 부산의 원자력 전기를 활용한 세계적인 게놈공장과 게놈지식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실질적 건강 모니터링 혜택을 보도록 진행된다.

이런 지역 게놈사업에 중앙의 관련 부처들은 적극 환영과 지원을 해, 빨리 착수되고 잘 확장되도록 해야 한다. 게놈사업엔 중앙, 지역, 민간의 모든 관계자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것이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과 국가의 규제개혁 정책에 맞는 행정이기도 하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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