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추진하고 반구대암각화유적관광자원화사업이 한동안 잠잠하더니 지난 13일 자문위원회 개최를 계기로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울산시는 공모심사 과정에서 발표한 계획안이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뒷늦게 암각화 벽면 보존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겠다는 "당근"을 내놓았고 이어 당초 관광자원화계획안에서 선사마을 조성 등 일부를 뺀 계획안을 갖고 슬그머니 새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회의를 개최했는데 그 회의가 통과의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있다.  우선 지난번 공모에 단독응모했던 업체가 사업참여를 한다는 전제를 안고 일부 수정한 계획안을 놓고 자문을 구하면서 지난번 심의위원이 아닌 새로운 구성원을 참여시킨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미 도로개설이나 전시관 위치 등은 결정된 사항이라고 언급도 못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언론사에는 일절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것도 미심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안만 제대로 세워진다면 그 문제를 갖고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뒤늦게 들은 이날 회의 내용으로 미루어 울산시는 여전히 해당 유물 뿐 아니라 주변환경을 전부 유적으로 보고 보존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누구나 알만한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없다. 아니 고의로 간과하고 있는 것같다. 혹시라도 암각화벽면 보존용역이 곧 암각화 보존계획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벽면보존은 관광자원화계획의 발표에 앞서 이미 진행했어야 하는가장 초보적인 수준일 뿐이다. 그것으로 보존방안을 세웠다고 할 수 없다는 정도는 울산시 관계자도 알 것이다.  이미 지난해 울산시가 주최한 암각화학술대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지건길 관장은 "암각화 유적일대에 대한 학술적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의 시대적 배경과 편년적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장호수씨도 "반구대와 천전리 바위그림을 포함한 일대를 사적지로 지정해야하며 관광자원화 계획에는 반드시 바위그림이 주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개발이전에 하루라도 빨리 반구대~천전리 일대의 사적지정 신청을 해야한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일정구역을 사적으로 지정해두고 나머지 부분에 전시관을 세우든, 선사마을 짓든 해야할 일이다.  또 한가지 이번 계획안에서 지적할 것은 "암각화선사문화관"이라는 전시장의 위치다. 반구교 안쪽, 그림이 있는 바위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전시관이서면 그 일대를 버려놓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반구교 건너기 전에는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울산시의 설명이기는 하지만 이번 계획을 세운 업체의 말대로 "성"의 개념을 살리려면 "성"의 공간에는 아무런 시설도 없이 온전히 보존해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조그마한 "국(시)립암각화연구소"라면 몰라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설인 전시관을 세우고 그곳을 "성의 공간"이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의 손길은 "속"이지 결코 "성"이 될 수 없지 않은가.  전시관은 다리 건너기 전 어디라도 자리를 잡으면 된다. 전시관의 전시내용물이나 규모, 방법에 대해서도 보다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 "최대" "첨단"만 좇는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감동은 작고, 소박하고, 여린것의 선물이다.  암각화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진입로 확장공사로도 충분하다. 물론 단지 기존도로를 교행이 가능한 2차선으로 넓힐 뿐이며 도로 주변환경을 오히려 더 자연친화적으로 꾸민다는 울산시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하는 말이다. 일단 사람들이 접근만 하게 되면 망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그러므로 도로도 확장하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보다 쉽게 역사유적을 보고, 배우고,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이 그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하고 아울러 관광수익도 노리는것은 당연한 임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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