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호 건축그룹S&S건축사사무소 대표 본보13기 독자위원

‘이세돌vs알파고’ 사람과 인공지능 간 바둑 대결에 이목이 집중된 요즘이다.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건축적으로도 인공지능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생각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바둑의 집짓기는 실로 오묘하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안전한 집을 거점으로 세력을 확산하고 주변과 긴밀한 관계를 이루어간다. 그리고 영역을 확보해 더 좋은 집을 만들어간다. ‘좋은 집’을 향한 건축적 집짓기도 바둑에 못지 않다.

최근 울산에도 혁신도시를 필두로 도심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축가들의 노력과 건축주의 관심 증폭으로 이루어지는 성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집’을 구성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본적인 관계, 감성, 사랑을 기본바탕으로 안전한 구조, 편리한 기능, 건축적 아름다움의 건축 기본요소를 갖춘 집일 것이다. 에너지제로형의 주택이면 더욱 좋겠다. 환경에 순응하면서 자연에너지를 이용, 에너지 절감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패시브하우스일 수도 있다. 전통적 한국주거건축의 지혜를 빌어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차양계획과 일사의 유입, 바람의 유입과 차단, 고성능단열재를 통한 열의 유입과 유출 방지, 폐열회수를 통한 에너지 유출방지 등 에너지 절감형 주택은 좋은 집의 필수요소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친환경주택도 계획할 수 있고, 정원과 조망이 좋은 집도 그려볼 수 있다, 가령 서측에 산능선이 바라 보이는 대지가 있다면 건축가는 산능선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높이에 낮고 긴 창을 내고 그 사이에 소나무 가지를 오브제로 띄운다. 그럼 매일 저녁녘에 아름다운 석양을 품은 풍경화가 창에 담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백이 있는 집을 권하고 싶다. 바둑에서의 승리를 결정 하는 여백만큼이나 건축에서의 여백도 중요한 요소이다. 여러분의 ‘좋은 집’에 물질적 채움보다는 여백을 한번 계획하시길 권해본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인 승효상 선생은 ‘빈자의 미학’을 통해 건축의 공공성과 비움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공간에 물질적 욕망의 산물들을 채우기보다 공간을 비워내면서 정서적 공감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채우는 것은 어떨까?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 수목이 자라나는 중정, 석양을 담은 창, 장독이 놓인 후원, 데크에 떨어지는 빗소리 등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여백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또 우리의 여백에 한 가지 꼭 채우고 싶은 것이 있다. 경쟁적이고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아파트에서는 이웃이 누구인지 모른채 살고, 급기야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소식을 접하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반만년을 더불어 살아온 우리가 언제부터 개인의 영역에 성을 쌓게 되었을까? 급속한 산업화와 경쟁속에서 피어난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이웃이란 이름이 퇴색해 가는 것이 건축가는 아쉬을 뿐이다. 더불어 여러분의 ‘좋은 집’ 정원 구석에 이웃과 함께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권하며 함께 뛰어놀며 자란 아이들이 우리사회를 환하게 비추길 기대해 본다.

서영호 건축그룹S&S건축사사무소 대표 본보13기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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