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소박한 꿈을 담은 작은 건축공간-세종아키펌

▲ 세종아키펌 전경

울산 시민들에게 태화강은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공간이다.

태화강은 울산의 상징이자 역사 그 자체라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태화강을 위해 울산시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많은 것들을 해 왔다. 또 지금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들이 모여서 현재의 태화강과 주변 공간들을 만들고 있다.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도심의 허파로서,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태화강은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다. 울산의 여러 지형과 연결돼 있으며 사람들의 삶과도 뿌리깊게 이어져 있다. 태화강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에따라 강 주변으로는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세워지거나, 기존의 건축물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중 태화강 십리대밭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강변 공간에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민한 건축물이 눈에 띈다. 건축명은 세종아키펌이다. 작은 건축물이어서 오히려 더 돋보인다.

이 건축물은 건축문화의 불모지인 울산에서 오랫동안 건축작업을 해 온 이영희 건축가가 지었다. 건축가의 소박한 꿈을 담아 직접 디자인하고, 직접 지은 건물이다.

태화강이 보이는 언덕에 위치
자연이 준 레벨부지 잘 활용해
주변 환경·건축물과 조화
2·3층에 위치한 사무공간은
외부를 쉽게 조망하도록 배려
실내·외 경계 허무려는 시도

이영희 건축가는 경쟁과 이윤이라는 용어가 익숙한 도시에서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소통과 조화의 가치를 건축공간을 통해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건축물에 입히려고 해 왔다. 세종아키펌에서는 그 같은 건축가의 생각들을 어렵지않게 읽을 수 있다.

▲ 세종아키펌 북측

세종아키펌은 태화강변과 십리대밭 산책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오르막 낮은 언덕길에 자리한다. 자연이 준 부지 레벨을 활용해 주변 환경에 대한 순응과 공간적 재미를 잘 이끌어 내고 있다. 태화강변과 십리대밭길을 조망할 수 있는 입면(북측)은 주변 건축물들과의 조화를 위해 형태와 색채가 사람의 시선을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 입면(남측)은 주 출입구와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주변 건축물들과 구별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사무공간(1층에서 3층)과 주거공간(4층에서 옥상층)이라는 공간적 기능을 활용해 색채와 재료로 정형화된 입면을 부정형으로 인식되도록 유도한다.

▲ 외부 테라스

그러면서 주변 건축물들과의 구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적 접근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소통, 이를 통한 건축가치 실현이라는, 건축공간에 대한 건축가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내부공간을 보면 내부공간에서 외부 공간을 쉽게 조망하고 접근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건축설계 사무공간으로 구성돼 있는 2~3층 공간은 오랜 시간 실내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재실자를 위해서 외부 빛과 바람, 그리고 외부 경관(태화강병 및 십리대밭길)을 실내로 적극 끌어들이도록 허용한다. 실내외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인 것이다.

▲ 3층 사무공간

세종아키팜은 박물관이나 성당 등과 같이 자체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공동주택처럼 규모가 큰 건축물이 아니라서 소홀하기 쉽지만 인간에 대한 건축물이 가져야 할 조화와 소통의 가치를 제대로 품고 있다. 건축공간에 대한 건축가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건축 행위가 지역에서 제대로 이어진다면, 또 울산지역 건축가들에서 의해 지속적으로 시도된다면, 도약을 꿈꾸는 울산의 건축문화가 더욱 밝아질 것이다.

▲ 4층 주거공간
▲ 우세진 울산과학대학교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우세진 울산과학대학교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 ‘세종아키펌’ 건축개요
-울산시 남구 신정동 1402-13
-대지면적 202㎡
-건축면적 119.69 m2
-연면적 475.53 m2
-건폐율 59.25%, 용적율 19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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