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지난주 금요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다녀왔다. 2016 교향악축제의 개막연주가 있던 날이다.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가 이끄는 KBS교향악단과 백혜선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했다. 저렴한 티켓값을 감안하면 10만원이 넘는 KTX 왕복요금, 두 끼 식사비용은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나들이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연주는 물론이거니와 동행한 지인, 피아노를 공부하는 10대 소녀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연주회의 감동만큼 전공학도의 꿈 또한 한뼘 더 성장했으니 그 성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화와 함께하는 2016 교향악축제’의 일환인 이 행사의 기원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화그룹의 지원은 지난 2000년 시작돼 17년째 이어져온다. 전국의 20여개 교향악단이 20여 일간 릴레이 연주를 펼치는 행사다. 울산시립교향악단도 해마다 참가한다. 올해의 연주일정은 식목일인 5일로 잡혀있다. 그렇다고 예술의전당까지 꼭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울산시민들을 위한 무대가 8일 울산문예회관에서 한번 더 열린다.

앞서 6일에는 한화보다 좀더 일찍 시작된 메세나 행사가 울산에서 열린다. 제21회 아름다운 눈빛미술제로 S-OIL이 첫 해부터 후원해 지금에 이르는 울산형 메세나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시작은 아마추어 미술인들에게 전시체험의 장을 열어줘 창작열정을 높여주자는 것이었다. 문화불모지 울산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던 당시 산업도시 울산의 기업체가 생산공장 본거지인 울산을 예향으로 가꾸자며 마중물을 퍼올렸다. 당연히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20년 전 얘기지만 요즘 정부가 내세우는 문화융성 기조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파생 효과도 적지 않았다. 미술제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자 울산시가 나서 기업체와 문화예술단체의 자매결연을 유도하는 ‘울산메세나운동’을 펼쳤다. 5개 기업체와 5개 문예단체로 출발했던 운동은 지난 2014년 59개 기업체와 57개 단체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울산은 기업이 예술을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펀드까지 지원하며 또한번 시선을 끌었다.

그렇다면 산업도시 울산의 메세나 열기는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아쉽게도 최근에는 참여기업이나 기금모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최근 브리프에서 아쉬움을 드러 낼 정도다. 지역적 한계와 새로운 사업개발의 필요성, 문예단체의 역량제고 등이 과제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하나에서 열까지 기업체에만 올인하는 수동적인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티끌 모아 태산. 요즘은 개인의 작은 관심도 많이 모이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콘서트의 티켓 구매도 큰 틀에서 바라보면 일종의 메세나 활동이다. 이제는 인터넷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개인이 아예 제작단계에서부터 문화활동주체로 참여한다. 14년만에 개봉한 위안부 소재의 영화 ‘귀향’이 대표사례다.

참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다 메세나를 할 수 있다. 개인기부와 같은 시민의식이 따라줄 때 기업체도, 지자체도 훨씬 더 적극성을 띠게된다. 제2, 제3의 아름다운 눈빛미술제가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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