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본보13기독자위원

봄 학기 대학 캠퍼스는 화창한 봄꽃들과 청년들의 생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4학년 강의실 안의 분위기는 이런 봄의 생동감과 반대로 긴장감이 역력하다. 아마도 올해가 학창시절의 마지막 봄날이라는, 그리고 내년에는 이곳이 아닌 사회에서 또 다른 분위기의 봄을 맞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긴장감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취업공포(?) 때문이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약간의 유머를 섞어보지만 긴장감은 좀처럼 풀어지진 않는다. 마치 폭풍 전야처럼.

이런 4학년의 분위기는 저학년인 2학년에서도 느껴진다. 아직 군에 가지 않은 2학년 학생이 한창 누려야할 화려한 젊은 날의 학창시간 대신 어떻게 해야 취업이 잘 되는지, 어떤 스펙을 준비해야 할지 꼬치꼬치 묻는다. 더군다나 요즘에 많이 밀려있는 군 입대 때문에 어떻게 앞으로의 일정을 계획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상담해 온다. 이런 분위기의 대학생활에선 예전에 필자가 경험했던 그냥 ‘저학년 때는 마음껏 즐기고 공부는 3~4학년에 하면 돼’ 라는 말이 결코 쉽게 나오질 않는다.

지난주 한 ‘공시생’이 인사혁신처에 무단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사건은 엄청난 취업압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급 국가공공기관을 아무런 제재 없이 침입한 보안상의 심각한 문제와 공문서를 조작한 문제라고만 보기엔 그 이면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취업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작용이 있었던 것이고, 이 것이 잘못 작동해 엄청난 범죄를 일으키게 한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일선 현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너무나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같은 젊은이들의 취업 분위기가 캠퍼스에 확산되면서 학생지도 또한 정말 쉽지 않다.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분위기에서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애기는 ‘걱정마, 다 잘 풀릴거야!’라는 격려와 차근차근 준비하라는 조언을 줄뿐이다. 그리고 필자의 젊은 시절에서도 상황은 다르지만 똑같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얘기해주고,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다들 그 때 만의 엄청난 고민들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 준다. 필자의 작의 격려와 조언으로 상담받은 학생들이 편안해진 얼굴로 연구실에서 나갈 때는 그나마 다행이다. 반대로 전혀 학점관리나 취업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학생들과의 상담은 정말 출구를 찾지 못할 정도 막연하다. 그땐 필자 자신도 한계를 느낀다.

이제 한두 주면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당장에 중간고사 준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겠지만 중간고사가 끝나면 또 다시 그들에게는 중간고사보다 훨씬 어려운 ‘취업준비’라는 난제에 부딪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혼자 안고 가야 할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앞선 공시생과 같은 엄청난 문제가 또 일어나기 전에,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 젊음의 활기와 역동이 가득하고, 학생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있게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진천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본보13기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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