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천하 10여년 끝 지역 민심 이반
새 얼굴 등용해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
무소속 당선인도 시민의 진심 헤아려야

▲ 정명숙 논설실장

6석 중 3석이 비(非)새누리당이다. ‘복당’이 전제된 것이나 다름없는 울주군을 제외하고도 2석이다. 울산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출신의 전직 단체장 2명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새누리당 후보를 2만표 이상 앞질렀다. 새누리당이 안간힘을 쏟아 겨우 3석 얻은 것과 대조적이다. 정당득표율에서도 새누리당은 36.69%밖에 얻지 못했다. 63%의 유권자들이 비(非)새누리당을 지지했다.

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무능(無能)한 정치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울산시민들의 심판이다. 일방통행식 오만(傲慢)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울산시민들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6석은 물론이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6석까지 몽땅 여당인 새누리당에 몰아주었다. 힘 있는 여당의 추진력에 대한 기대였다. 그런데 경기침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심지어 대통령 공약 사업도 지지부진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날 선거 결과를 보고 “재주복주(載舟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라며 “두렵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통렬한 반성과 변화가 없다면 4년 뒤 새누리당으로 다시 ‘복주(覆舟)’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의 위험을 알고 다스림의 도리를 알아야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사실상 새누리당이 울산 정치권을 장악한 10여년 동안 울산에는 정치가 없었다. 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행위다. 정치는 사람들을 연합하는 기술(요하네스 알투시우스)이다. 비로소 울산도 정치를 할 때가 왔다. 타협하고 협상할 대상, 정치할 상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2명 또는 (만약 강길부 의원이 복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거나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당에 입당한다면) 3명이나. 그러니 우리 울산도 이제 ‘정치(政治)하자.’

‘정치하는 울산’이 되려면 먼저 새누리당이 바뀌어야 한다. 맹자는 ‘행함에 얻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 구하라’(行有不得 反求諸己 행유부득 반구제기)고 했다. 선거를 전후해 새누리당에서 ‘석고대죄’가 난무한다. 얼핏 보기엔 ‘반구제기’하는 모습이다. ‘악어의 눈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정갑윤·이채익·박맹우 3명의 당선인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지역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악습은 누군가 한 사람의 결정이 ‘절대적’이 되는, 시대착오적 정치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오만과 무능의 이미지를 하루빨리 씻어내려면 현명한 인재를 등용해서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선거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급급하다가는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더 호된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혹여 인재가 없다고 변명하지 말라. 정치를 잘 하면 ‘멀리 있는 어진 인재가 찾아 온다’(공자)고 했다.

김종훈·윤종오 두 당선인도 무소속의 정치인으로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그들이 옛 통합진보당 소속이라는 점에 적잖은 시민들이 우려를 갖고 있다. 예전에 1석의 야당의원이 있을 때와는 긴장의 강도가 사뭇 다르다. 혹여 통진당 출신들이 대거 몰려 있는 정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문제가 됐던 옛 통진당의 정강정책을 따르려 해서도 안 된다. 그들을 선택해준 시민들의 진심을 왜곡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치적 변신을 꾀하려면 반드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소신을 갖고 지방정치를 해온 그들이 아닌가. 새누리당이 하지 못한 ‘모든 사람을 위한 연민(憐憫)과 정의(正義)의 직물을 짜는 정치’(파커 J. 파머)로 울산 정치의 혁신을 이뤄주기를 기대한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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