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과 불교문화

일부일처제에 가사도 분담...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자세

수도자 노력으로 탄생한 학춤...국가 차원 무형문화재 평가를

▲ 동진 스님이 서운암 종무소에서 학과 불교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1년 여 전 일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영축총림 통도사 서운암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두루미(학) 4마리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 장경각에서 학춤복원을 기원하는 뜻으로 천연기념물 제202호 두루미(멸종위기 1급) 입주 기념식도 열었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통도사학춤의 의미를 실물인 학을 보며 되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수컷 2마리와 암컷 2마리 등 모두 4마리의 학은 경북대학교 부설 학(鶴)연구소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해 불어닥친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어렵사리 들여 온 학 4마리는 또다시 연구소로 돌아가야 했다. 서운암에는 아직도 4마리 학이 살던 보금자리가 남아있다. 다시 돌아 올 날이 머지 않았다.

학은 외형 그 자체부터가 남다르다. 무게가 15㎏이 넘는 자기 몸을 사람 손가락 굵기 정도 밖에 안되는 발목으로 지탱한다. 어느 자리에서든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는 학의 존재 자체가 도를 닦는 수행의 과정을 보여준다.

학으로 불리는 두루미의 울음소리는 10리(4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단순히 귀에 들리는 정도를 벗어나 그 소리가 청아할 정도로 맑다. 철저한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가사를 분담하는 등 학이 보여주는 생활태도 역시 사람들이 본받을 만하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학이 게송(가르침이나 선사들의 깨달음을 노래한 시)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게송에 나오는 학에 대한 표현을 석가모니 정근(선법을 자라게 하고 악법을 멀리하려고 부지런히 닦는 수행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무여산불멸, 학수쌍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로 시작되는 정근에서는 학수쌍존(鶴樹雙尊)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쿠시나가라의 사라수나무 아래에서 부처님이 누우신 양편에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두 줄로 선 양쪽 여덟나무 중 한 쪽의 네 그루가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여 하얗게 변한 모습이 마치 학의 깃털과 같다하여 학수(鶴樹)라고 했다.

불교사찰문화의 한 형태인 학춤은 이같은 학을 본 받고자 노력한 수도자들이 만든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통도사 평생교육원에서는 통도사 전통학춤을 복원한 학춤을 공연해 주목을 끌었고, 서운암에서는 학춤을 가르치는 강습회가 매주 열린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아직도 스님이 춤을 춘다거나 범패와 같은 의식을 한다고 하면 참수행자로 보지 않는다. 한국불교를 통불교(원천불교와 분파불교 등 여러 불교사상을 종합한 우리나라의 특유의 불교문화)라고 말하지만 그 내실을 들여다보면 간화선(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참선법)을 하는 선사(禪師)들을 우대하는 경향이 농후한 게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스스로가 그 동안 불교의식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가 불과 몇년 전부터 전통불교의식의 보존과 계승에 대한 중요성을 차츰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해 삼화사 수륙재와 서울 진관사 수륙재 등을 무형문화재로 등록시키고 조계종 차원에서 불교의식을 지휘하는 어장(魚丈)으로 모셔 그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된 것도 다 이같은 이유일 것이다. 조계종은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서 불교무형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종단차원에서 보존하고 더 나아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학춤의 유래는 사찰에 있었고 스님들이 학춤을 추었으며 그 것이 일반인들에게 전해졌다. 결국 사찰학춤이 한국학춤의 유래가 됐으며 다시 통도사 스님이 학춤을 추게됨으로써 ‘통도사학춤’이 됐다. 밖으로 나갔던 학춤이 환지본처(還至本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학을 통한 불교문화, 이를 대변하는 통도사학춤의 가치도 새로 인식될 날이 곧 올 것 같다. 이는 종단의 가치있는 무형의 유산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중요한 무형문화재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도사 서운암 주지 동진스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