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울산과학대학교 평생교육원

▲ 울산과학대학교 평생교육원 전경.

20세기 대지예술운동의 출현으로 로버트 스미슨, 리처드 롱과 같은 대지예술가들이 미술관을 벗어나 대지에서 예술작품 활동을 하면서 땅이 갖은 고유성과 특수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1900년대 후반 랜드스케이프 건축의 등장과 같은 건축 공간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랜드스케이프 건축이란 건축물이 자리 잡게 되는 장소의 지형(topography)으로부터 건축 공간 디자인의 영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일컫는다.

▲ 내부공간

건축물과 건축물의 주변 환경을 형상과 배경(figure & ground)의 개념으로 나누고 공간을 내부와 외부로 나누는 이분법적이고 종속적인 관계로 바라보던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도시와 건축 그리고 조경 공간간의 인식의 경계를 모호하게 디자인해 건축물이 위치한 장소의 특수성과 고유성이 건축 공간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현대 건축디자인의 경향이다.

건축물의 공간을 내·외부로 나누는
이분법적·종속적 관계의 개념 탈피
지형으로부터 디자인의 영감 얻어
자유로움과 개방성·접근성에 중점
주변 자연경관과 잘 조화된 건축물

울산과학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이러한 랜드스케이프 건축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염포산 정상에서 내려와 그 끝자락의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에 위치한 평생교육원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마치 건축물의 형상이 산자락의 일부인양 두드러지지 않고 주변과 함께 스며들 듯이 자리 잡은 형상은 자연환경이 갖는 지형적 특성을 디자인 영감에 그대로 끌어들여 인공의 지반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 외부 옥상마당

이런 형상은 자칫 주변 사람들로부터 건축물이 어디 있는지 인식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듣기도 한다. 공공성이 있는 건축물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외부에서 쉽게 인지되지 않는 점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원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기에 이런 근사한 건축물이 있었냐”는 감탄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이 건축물이 어떤 감동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는 외부 공공공간을 거니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개방성이다. 산의 지형을 따라 형성된 건축물들 사이의 중정과 옥상정원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외부의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접근할 수 있어, 건축물의 개방적 성격을 말없이 이야기하는 듯하다.

▲ 외부공간

둘째는 건축물 내부와 외부 공간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불확정적 이벤트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적 유연함이다. 평생교육원은 동구지역 주민과 청소년, 해외유학생 및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연수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대학 캠퍼스 내에서 가장 공공성이 강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담아내기 위한 공간은 그 프로그램의 확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외부 옥외 마당이 이벤트의 중심이 될 수도 있고 내부 행사의 연장이 될 수도 있어, 다양한 문화활동이 일어나는 장으로써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 중정

마지막으로 외부 지형이 그대로 내부 건축물에 들어와 사람들로 하여금 내부에서 공간적 다이나믹함이 주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

평생교육원과 국제교류센터가 자리한 아래쪽 현관에 들어서면 3개의 층이 오픈된 로비가 있다. 수직으로 3개의 층이 보이드(void)된 로비 공간을 중심으로 방문객들이 물 흐르듯 각 층의 실을 찾아가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볼륨의 공간이 주는 내부 경관을 체험하게 한다.

또한 로비를 중심으로 들어오는 자연채광은 이용자들에게 중심 공간이 여기 있다고 친절히 안내하는 듯하다.

▲ 중정

현대중공업 직원 연수실 및 식당이 들어선 위쪽 건물의 중정은 경사지형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는 조경으로 절벽 아래 내부 시설들이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문제를 외부 중정 공간을 통해 자연채광과 환기, 그리고 휴식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다.

▲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공간디자인학부 조교수

이처럼 동구 지역사회의 문화 공간 중 하나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자유롭고 개방적인 외부 공공 공간들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공간디자인학부 조교수

■ ‘울산과학대 평생교육원’ 건축개요
-지하 1층, 지상 2층 2개동
-연면적 : 7094.4m2, -2009년 완공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