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아이들
교통법규 준수 등 모범 보여야

▲ 류용현 울산중부경찰서 학성지구대 순경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차량보유수가 높은 국가다. 국민 2.46명당 자동차 1대씩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098만9885대이다. 2014년 대비 4.3% 증가했다. 2003년 4.6%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자동차 증가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 교통사고다. 2014년 전국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사망자가 무려 5705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보행 중 사망자가 무려 2182명(38.3%)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주된 원인행위로 무단횡단이 꼽힌다. 왜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게 될까.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약속시간에 늦어서 급하게 가야한다거나, 바로 길 건너편에 친구나 연인이 기다리고 있다거나, 단순히 신호를 기다리기 귀찮아서 건너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전제가 되는 생각은 같을 것이다. 바로 ‘내가 지금 무단횡단을 해도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하게 이 도로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다. 교통사고를 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고라는 것은 본인이 생각지도 못한 틈에 일어난다. 도로를 건너가는 중 얼어붙은 빙판길에 미끄러질 수도 있고,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지 않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보행자가 실수를 하든 운전자가 실수를 하든 아니면 양쪽이 다 실수를 하든 실수가 발생하면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설사 본인이 무사히 건넌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행동이 타인의 행동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쯤 생각해볼만하다. 그 첫번째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 아이들이다. 흔히들 ‘아이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의 행동 기준점이 된다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다보면 무심코 아이들 앞에서 내뱉은 말을 어느새 아이들이 따라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적지 않아 있을 것이다. 바로 교통법규 준수도 이와 같은 것이다. 횡단보도에 서 있다 보면 어른들이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보고, 주위에 경찰관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며 무단횡단을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 아이들이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 친구들끼리 모여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 등. 학교나 집에서 초록불이 들어오면 손을 들고 건너야 된다는 교육을 배운 그 아이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어른들을 보며 어떠한 생각을 할까?

점점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흐릿해지고, 어쩌면 교통법규를 어기는 일에 스릴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규칙을 어긴다는 것은 해방감을 주기도 하기에 더욱이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영향을 받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아이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몸을 제대로 다루지도 차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또 어떠한 상황에서 들어오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무사히 건널지 몰라도 바로 옆에 차량이 안 보인다고 앞만 보며 달리는 아이들, 주차된 차량들 틈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들, 도로를 뛰어가다가 넘어지는 아이 등 모두 위험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때론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 교통법규다. 혹시 본인은 사고없이 무사히 건널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이들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본인의 행동에 다른 아이들이 보고 배운 무단횡단을 그 옆에 있었던 ‘자신의 자식’까지 보고 따라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 교통법규는 꼭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류용현 울산중부경찰서 학성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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