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2017년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앞두고 2~3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지역경제의 위기감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조선업의 상황은 이같은 위기의식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 대표되는 지역 조선업 경기가 곤두박질 치면서 지역 경제는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현대중공업 노사와 사내외 협력업체를 상대로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해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또다른 주력산업인 석유화학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정유·석유화학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지만 중국 공장이 돌아기기 시작하는 2018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탈울산도 현실화되고 있다. 어렵게 울산미포국가산단 내 개발제한구역을 공장용지로 확보했던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장 건립을 취소했다. 다국적기업인 바스프와 합작으로 1조원대 규모의 프로필렌 옥사이드(PO) 생산 설비 증설을 추진했던 SKC도 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명예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도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울산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투자유치도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김 시장은 당초 4월25~5월2일까지 일본·유럽을 방문, 투자유치 활동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투자예정업체와의 협상이 늦어지면서 방문 자체가 취소됐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창조산업도 기대에 못미치는 듯하다. 최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된 바이오 산업생태계, 탄소자원화 발전전략에 의하면 산업단지가 집적된 울산은 탄소자원 시범단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C-산업 메카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이다. 수소산업이나 3D프린팅 등 지역 전략산업도 타 지역과 나눠먹거나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가지 수는 많지만 무엇이 울산의 미래를 먹여살려줄 창조산업인지 시민들이 체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내년 국가예산 확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는 올해 국비 확보액을 다소 넘는 2조3300억원대의 국가예산을 신청했지만 2조원을 넘길 수 있을까 걱정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더 크다.

경제 외적인 부분도 녹록치 않다. 반구대 암각화 임시보존방안으로 추진되던 가변형 임시물막이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이고, 십수년째 끌어오고 있는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도 노선을 다시 결정해야 할 처지다.

김 시장은 시장 취임 이후 줄곧 길위의 시장임을 자처했다. 실제 서울과 세종시로, 해외로 끊임없이 울산 세일즈에 나섰다.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과 함께 시민 지지도도 높다. 4·13 총선 이후에는 SNS 등을 통해 선거에 참패한 새누리당원으로서의 입장을 표명하고 청와대 지방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도 갖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길위의 시장이 어떤 해법을 가지고 이 난국을 뚫고 나가느냐이다. 시민들은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내년 7월 김 시장이 어떤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보여줄 지 주시하고 있다. 김 시장이 재선, 3선 여부를 떠나 퇴임 후 어떤 시장으로 남을 지, 성공한 시장으로 기억될 지 여부는 지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듯하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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