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을 겸비한 청렴한 공직사회
다시한번 도약하는 공직사회 기대

▲ 박인혁 울산지방경찰청 1기동대 경장

조선 초, 좌의정까지 지낸 청백리의 표상 맹사성(孟思誠) 정승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열아홉의 나이에 문과 시험에 장원급제해 지금의 군수자리에 오른 맹사성은 그 자부심과 자만심이 가득 차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관내를 순시하던 맹사성에게 한 아전이 “저 산 속에 고명하신 스님이 기거하는 암자가 있다”고 했다.

한 번 찾아가 가르침을 얻겠노라 생각한 맹사성은 스님을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스님, 군수인 제가 삼아야 할 좌우명을 알려주십시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나쁜 일 보다는 착한 일을 많이 하시면 됩니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내게 일러줄 것이 고작 그 것 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스님은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차마 그냥 문을 박차고 나갈 수 없어 맹사성은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고 있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이 안 보이십니까?”

맹사성이 언성을 높여 말하는데도 스님은 태연히 계속 차를 따르고 나서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에게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워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 했으나 서두르던 탓에 문틀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크게 깨달은 맹사성은 앞으로 스님의 가르침대로 살겠노라 다짐하며 그 자리에서 자신의 호를 고불(古佛)이라 고쳤다 한다.

이후 맹사성은 정승이 된 이후에도 일반 백성을 물론 자기보다 벼슬이 낮은 사람에게도 예로 대하며 청렴하고 겸손한 생을 살아 지금까지 청백리로서 많은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청백리 맹사성의 청렴함의 시작은 이렇듯 ‘겸손’이었다.

오늘날, 복잡 다변한 사회 속에 청렴함을 잃어가는 공직자들이 많다.

공직자들이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이해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공직에 임한다면 그것이 곧 청렴이 되는 길이 아닐까.

‘겸렴하다’는 ‘겸손하고 청렴하다’는 뜻으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다.

단순히 부패를 일삼지 않는 청렴함을 넘어 국민 감동을 위해 업무를 처리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겸손을 갖춘 청렴함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공직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박인혁 울산지방경찰청 1기동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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