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옥희 상원건설 대표·본보13기독자위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요즘도 부르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5월에는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산야에 꽃이 피고 사방에서 축제가 열리는 5월은 아름답고 활기찬 달이다. 한 여류 시인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다.

울산에서도 5월을 맞아 태화강을 비롯한 곳곳에 꽃들이 피고, 이를 구경하려는 상춘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또 고래축제, 옹기축제, 장미축제도 5월에 열리고 음악회와 미술 전시회도 많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올해 울산의 5월은 어린이날 노래처럼 아름답고 푸르지 못할 것 같다.

울산의 5월 하늘이 걱정되는 것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과 철강, 석유 등 지금까지 국가경제를 이끌어왔던 지역 주력산업이 불황에 허덕이고, 이에 따른 실업 행진은 좀처럼 멈출줄을 모르고 있다. 올들어 울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지난해 보다 많이 늘어난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좀처럼 불황을 몰랐던 울산의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임원 감축에 나서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그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불안감은 4·13 총선에서도 드러났다. 여당 의원 일색의 울산에서 근로자 출신 국회의원이 2명이나 배출됐다.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이 실업자를 양산시킨다면서 국회 통과를 반대해 왔던 야당들도 총선 이후 생각이 바뀌고 있다. 우리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감원 바람이 지역사회에 불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구조 조정을 하더라도 실업자가 양산되고 또 이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부실 경영을 한 기업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모든 잘못을 근로자들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회사에서 쫓겨날 경우 그대로 있지 않겠다는 자세다.

과거의 예를 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노사가 서로 한걸음씩 물러나 협력하는 것이었다. 즉 근로자들은 사업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사업자들은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 몰리지 않도록 자구책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당도 노사가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토록 도와주어야 한다.

울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업도시이다. 울산의 노사문제가 단순히 지역에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울산 공업단지 지정이후 악성 노사문제로 최류탄과 화염병에 가려 5월의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두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옥희 상원건설 대표·본보13기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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