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바로크음악-오라토리오

▲ 지아코모 카리시미(Giacomo Carissimi)의 예프테(Jephte).

오라토리오는 1600년께부터 오페라와 함께 발전한 극음악 장르이다. 기원이 된 형태는 중세 후기의 전례극 또는 신비극이며, 수도원 기도전례인 오라토리알레에서 비롯됐다.

르네상스 말기 이탈리아 가톨릭교회에서 독일의 루터의 종교 개혁에 자극을 받아 일어난 혁신 운동이 ‘영적 훈련’이라는 기도 모임이었다. 이들은 수도원이나 교회의 기도실인 오라토리오에서 모였고, 여기에서 성서의 낭독이나 설교가 행해졌으며 또 찬미가도 불려졌다. 이 기도 모임에서 청중의 교화를 목표로 한 종교 오페라가 공연되었는데, 이것이 모임의 이름을 따서 오라토리오라는 명칭이 붙여졌으며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했다.

세속 음악의 형태로 발달한 오페라보다 조금 늦게 종교음악의 한 형식으로 태어난 오라토리오는 초기의 모습이 오페라와 매우 유사했다. 오라토리오의 특성은 오페라와 달리 종교적 내용으로 무대장치, 연기가 없다는 것이지만 초기의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연극적인 형태를 모두 갖추었다.

최초의 오라토리오는 1600년 발표된 카발리에리의 ‘영과 육의 극’인데 신앙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레치타티보나 독창, 코러스, 기악 반주 등이 있으며, 의상을 입고 일종의 종교적인 오페라로 공연됐다. 1619년 아네리오의‘아름다운 영혼의 극’, 1632년 란디의 ‘성 아렛시오’ 등도 일종의 종교적인 오페라 내지는 오라토리오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 17세기 중반까지 오라토리오에는 ‘테스토’, 즉 해설자를 두어 대본의 해설 부분을 담당했는데 독창가수가 주로 담당했다. 그러나 17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오페라와 다르게 대본의 서사적 해설 부분이 사라지고 오늘날과 같은 드라마틱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예프테’ ‘요나’ ‘솔로몬 왕의 재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비롯해 16곡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한 카리시미, 그리고 ‘부활절 오라토리오’를 작곡한 하인리히 쉬츠가 17세기 오라토리오를 부흥시킨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카리시미의 오라토리오는 구약성서의 내용으로 극적 연출 대신, 연주회 형식으로 합창을 중시하였으며 강한 리듬으로 극적효과를 강조했다. ‘예프테’는 장군 예프테의 승리를 위해 생명을 희생으로 하여 신에게 바치는 그 딸의 비극을 다룬 작품인데,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탄식의 합창은 매우 압권이다. 특히 불협화음을 수 없이 겹쳐가는 단순한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박력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와 같이 카리시미에 의해서 본격적인 오라토리오의 전통이 확립되었으며 그 후 헨델의 오라토리오 창작 등에도 깊은 영향을 주게 됐다.

▲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에스더’ ‘사울’ ‘이집트의 이스라엘’ ‘메시아’ ‘마카베우스의 유다’ 등의 작품을 남긴 헨델은 무대장치, 의상, 연기를 동원하지 않고, 극적 요소를 강조하기위해 합창을 증가시켰고,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를 대본으로 하여 관객의 이해와 호응을 높이는 등 기존의 오라토리오의 음악 양식에서 탈피해 오라토리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는 오페라, 가면극, 심지어 그리스 비극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는데, 교회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을 금기시했으나 그의 작품들은 오페라 가수들에 의해 극장에서도 공연됐다.

한편 독일 오라토리오는 독일적인 요소와 이탈리아적인 요소를 혼합한 쉬츠로부터 시작됐다. 쉬츠의 오라토리오는 오로지 복음서만을 주제로 삼는데, 매우 강렬한 정서적 표현을 보여주며 합창에 대한 다양한 처리법을 보여준다. 이러한 쉬츠의 영향을 받은 바흐는 비록 규모가 커지고 후기 이탈리아의 아리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해설을 강조하고 회중이 부르는 찬미가인 코랄의 비중을 높인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 추천음반
-지아코모 카리시미(Giacomo Carissimi)의 예프테(Jephte), 연주 The Oxford Chorale, New Trinity Baroque, 지휘 Predrag Go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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