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정치경제팀

“원청은 위로금이라도 있지만 하청 근로자들은 위로금도 없이 맨 손으로 나가야 합니다. 아무 대책도 없습니다.”

지난 주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던 때 만난 협력업체 한 직원은 이렇게 넋두리를 했다. 그는 “하청업체는 인원수라도 파악되지만 2차 협력업체인 ‘물량팀’은 얼마나 잘렸는지도 알 수 없다. 수천명이 소리소문 없이 그만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국내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협력업체들의 근심이 커져가고 있다. 조선 ‘빅3’ 가운데 맏형인 현대중공업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착수해 사무직을 중심으로 3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하고 9일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차로 1300명을 줄인데 이어 또 다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뒤를 이어 이번주 중으로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하는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역사회는 이 같은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선 ‘빅3’로부터 일감을 받는 협력업체들은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는 지난해 1년간 57곳이 문을 닫는 등 최근 4년간 160여곳이 폐업했다. 1년새 근로자 38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협력업체 사장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소위 ‘물량팀’으로 불리는 2차 협력업체의 경우 폐업한 업체수와 그만둔 인원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하청업체는 구조조정시 정규직 직원들과 달리 아무런 대책이 없어 그 타격과 후유증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체불임금도 지난 1년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업체 30곳에서 178억여원에 이른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지원대책에서도 배제돼 있다. 자칫 조선 협력업체 생태계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이 현재의 위기를 딛고 재도약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는 큰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이 다시 반등해 호황을 맞았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이들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차형석 정치경제팀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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