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필 동강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국가 암 등록사업의 1999~2013년 암 발생기록과 통계청의 1993~2014년 암 사망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앞으로 대장암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남성 대장암 신규 환자 예측치는 2만3406명으로, 남성 위암 신규 환자 수(2만3355명)를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성에서는 이미 대장암이 위암을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대장암의 5% 정도는 유전적 원인 때문에 생기고 90% 이상은 식생활, 흡연, 잦은 음주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식생활 개선이 어렵다면 당장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또 일반인은 50세 이후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후 혈변이 나오거나 배변 습관이 갑자기 변했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육류 과다섭취·복부비만·흡연·음주 등
유전보다는 후천적 원인으로 주로 발병
50세 이후 5년에 한번 대장내시경 권장
40세 이후 배변습관 변하면 병원 찾길
2~3기 발견땐 수술·항암치료 70% 완치

◇90% 이상이 환경적 요소에 의한 산발성 대장암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약 5%정도에서만 유전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유전성 대장암이며, 대장암의 90% 이상은 가족성 유전적 소질이 명확하지 않은 산발성 대장암이다. 따라서 환경적 요소가 대장암의 발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최정필 동강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는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환경적 요인으로는 동물성 지방이나 육류섭취 과다, 섬유소 섭취 부족, 복부비만, 변비, 운동부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대장암의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암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최 전문의는 “대장암은 대부분 선종이라는 암 전단계를 거친 후 형태학적 다단계 과정을 거쳐서 암으로 변화한다. 대장암에서의 이러한 다단계 발암과정은 다른 장기의 암에 비해 잘 연구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상적인 대장점막에서 선종이 발생하고, 다시 형태학적인 변화가 생기는 건 대장 내의 독성물질이 증가하고 대장 점막이 이러한 독성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자극받으면서 생기는 변화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노출이 증가하고 결국 암 발생이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선종이 암으로 이어지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최 전문의는 “선종 호발연령이 50대, 대장암의 호발연령이 60대인 것을 감안하면 선종이 암으로 변하는데는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 없어도 정기적 대장 내시경 검사 받아야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류 섭취를 줄이고, 좋은 식단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운동과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대장암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무조건 대장암을 막는 것은 아니다.

최 전문의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50대 이후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장암 발생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40대를 넘어서면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조직검사에서 대장암으로 진단받았다면 가능한 빨리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종합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최 전문의는 “병원방문 후 복부 및 흉부 CT검사를 통해 임상적으로 예상되는 병기를 평가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병기평가는 암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침범 깊이), 림프절 전이가 있는지,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1기, 2기, 3기, 4기가 이러한 병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점막층에 국한된 조기 대장암인 경우에는 0기 대장암으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 가능성이 없기에 내시경적 절제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점막하층까지 진행된 대장암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 0~1기 대장암은 내시경적 또는 수술적 치료를 받으면, 항암치료없이 90% 이상에서 완치될 수 있으며, 2~3기 대장암도 의학기술, 항암제의 발달로 인해 수술적 치료와 적절한 항암체 치료를 받는다면 70% 이상이 완치된다.

간이나 폐와 같은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있는 4기 대장암도 경우에 따라서 수술로 제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으면 5년 생존율이 30%에 이른다.

최 전문의는 “요즘에는 말기 대장암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4기 대장암이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오랫동안 살 수 있으며, 심지어는 완치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더 이상 말기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40대부터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대장암을 진단받았다면, 절망하기 보다 병원을 방문해 올바른 치료를 받길 바란다. 치료만 잘 받는다면 완치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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