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시 장생포 부활 신호탄
울산고래축제 26일 화려한 축포

▲ 이상도 (사)울산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소년기였다. 필자가 살던 여천동과 장생포는 불과 3㎞거리였기에 보리가 패기 시작할 무렵이면 무시로 들려오는 고래뱃 고동소리가 심장을 뛰게 했다. 음색을 듣고 누구 배인지 가늠하곤 고무신을 신고 덕산과 납도마을을 거쳐 내달렸다.

그리고 50년. 지금은 그 고래를 추억하며 잔치마당을 기다린다. 고래축제다. 이 마당에 가면 60~70자 고래를 볼 수 있을까?

울산이 고래와 교감한 흔적만도 7000여년의 세월에서 묻어난다.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서에도 울산고래는 수시로 등장한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울산은 고래의 고향이었다. 장생포에 가면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흥청거렸는데,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목적의 고래잡이를 일시 정지하는 모라토리엄 조치이후 1986년부터 상업적 포경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장생포는 급격히 몰락해 갔다. 1979년도 39학급이던 장생포초등학교는 현재 학생수 41명을 유지하고 있다. 장생포의 먹거리 고래를 몰아낸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장생포사람들이 고래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제1회 고래축제를 동네축제로 연 것이 1995년.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장생포의 고래는 문화로 되살아나고 있다.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었고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에 이어 고래문화마을이 조성되면서 이들 인프라와 어울린 울산고래축제가 열린다.

테마가 분명한 이 축제는 이미 세계축제협회로부터 7개 부문에 걸쳐 금상 등을 수상할 만큼 진행의 밀도를 높이고 있는데, 올해는 5월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우리 함께(We Together)’라는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올해 고래축제 추진방향을 보면 이번 축제가 어떻게 이뤄질 지 예상할 수 있다. ‘울산시민과 문화예술인이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운영’ ‘온 가족을 아우르는 콘텐츠 확대로 축제 정체성 재확립’ ‘장생포와 연계된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 구현’ ‘고래축제를 통한 창조적이고 명확한 비전 설정 계기 마련’이라는 설정만 봐도 한 눈에 잡힌다.

우선 ‘고래사랑마당’에서는 개막식을 비롯해 폐막식, 멀티미디어쇼, 악극 장생포, 고래사랑어린이합창제 등이 열리고 ‘고래광장’에서는 우리동네명물내기, 클럽JSP, 동아리팀 공연, 고래 놀이터가 마련된다. ‘돌고래마당’에서는 인형극, 마술쇼, 가족뮤지컬, 팀퍼니스트, 수상퍼포먼스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처음 선보이는 수상 퍼포먼스에 관심이 간다.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사이의 광장과 해상에서 고래분장을 한 공연자가 플라이보드로 수상공연을 하면 사람들은 포경선의 대포모양 물대포로 고래를 향해 물을 뿌려준다니 이 체험을 통해 공존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축제는 참여하므로 살아나는데, 퍼레이드에 인근 기업체와 주민이 동참한다니 박수를 보낼 일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축제 가운데 퍼레이드는 규모의 대소를 떠나 자발적 참여로 진정한 잔치마당을 만들고 있는지 반문해 보면 울산고래축제의 앞날은 또 다른 서광이다.

이 서광이 장생포를 부활시킨다. 남구청에서도 2017년도에 고래박물관과 고래문화마을 사이에 모노레일을 설치해 이동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고래문화마을에 생동감 넘치는 5D입체영상관 건립, 취약한 생활여건을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새뜰마을사업’과 지역의 활력증진을 위한 ‘장생포문화마을 조성’을 통해 장생포의 옛골목을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킨다니 그 기대가 매우 크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무대라도 객석이 차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열일을 제쳐두고 찾아가 어울리고 응원할 때 문화로 피어날 울산의 미래는 밝다.

이상도 (사)울산문화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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