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 7인이 말하는 울산 그리고 창업

▲ 남주현(40)에너지관리시스템 엔엑스테크놀로지 대표
▲ 김대홍(35) 보험서비스 플랫폼 스토리팩토리 대표

울산의 발전을 이끌어온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3대 주력업종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울산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에 대해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관광, 문화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콘텐츠들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청년창업의 잠재력도 높게 점쳐진다. 울산에서 창업했거나 창업 후 울산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청년창업가 7명과 함께 울산의 ‘창업생태계’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사에 게재된 내용은 청년창업가들과의 개별 인터뷰와 SNS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

R&D지원 적고 마케팅 취약한 점은 아쉽지만
창업·투자 인프라 부족은 전국 공통 문제점
창업관련기관 한곳에 둬 접근·효율성 높여야

 

▲ 서종목(38) 청소·부동산 앱 원방 대표
▲ 이수아(여·33) 차(茶)·차과자 소월당 대표

-여기 참석하신 분들은 다들 울산에서 창업을 했거나 창업 후 현재 울산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인데, 창업과 관련, 울산만이 가진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울산의 위치, 교통, 경제력 등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KTX역도 있고 주변으로 관광도시인 부산과 경주가 위치하고 있고요. 차와 차과자를 판매하는 제 입장에서 본다면 울산은 차(茶)와 관련된 생태, 문화, 관광의 콘텐츠를 가진 도시이며, 부산과 경주에 유입되는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하기에는 최적의 도시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차 생산지인 보성, 하동, 제주 등은 도시에서의 연계성이 떨어지거든요.”(소월당 이수아)

“제조업 인프라가 잘 되어있어 관련 산업군 종사자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금형이나 3D 프린트 제작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지역본부측에 의뢰해도 되고요. 그리고 아직 경쟁업체가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가까운 부산만 하더라도 창업 경쟁업체가 많아 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재미미디어 박종명)

▲ 정찬호(31) 패션의류
댐프(DAMP) 대표
▲ 이시경(35) 연구개발업체 티포이알(T4ER) 대표

“맞습니다. 창업자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달라자겠지만, 경쟁업체가 적어 어느 정도노력만 한다면 지원기관으로부터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대구의 경우 패션관련 사업의 지원 및 인프라가 좋아 패션 사업을 하기에 좋다고들 하죠. 그렇지만 그 안에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기에 지원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댐프 정찬호)

-울산은 아직 창업과 관련 경쟁자가 적어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내야 한다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거군요. 그럼 울산 창업생태계의 단점 혹은 약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 박종명(39) VR·영상 재미미디어 대표

“울산의 모든 산업이 조선이나 자동차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다른 산업군에 대한 R&D지원이 적고 마케팅이 어렵다고 봅니다. 저는 정부 국책과제를 따내서 새로운 부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상품개발에는 목업비랑 디자인비 등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개발을 하고 나서도 상품화하기 위한 마케팅과 홍보 등이 필요한데 울산은 제조업 분야가 아닌 아이디어 상품에 대한 지원과 정보, 교육 등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창업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엔젤투자자들도 적고요.”(티포이알 이시경)

“창업, 투자와 관련된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서울, 경기 외에는 모든 지방의 공통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저같은 경우 서울, 경기지방에 있다 울산으로 와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제가 하고 있는 IT 업종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특히 IT 관련 인력을 구하려고 채용공고를 냈는데 6개월 동안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파트도 있을 정도로 IT 분야는 황무지에 가까워요. 지금도 고급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서울에 사무실을 하나 더 내야 할지 고민중입니다.”(엔엑스테크놀로지 남주현)
 

▲ 청년창업가들이 보다 나은 창업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울산 바로 옆에 있는 부산이 울산보단 창업 인프라가 좋아서 울산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고 봅니다. 부산같은 경우 여러 대학들이 많아 산·학연계의 용이함과 시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등으로 제가 아는 선배 창업자도 최근 사업장을 부산으로 이주했다고 들었습니다.”(원방 서종목)

-그렇다면 앞으로 창업하기 좋은 울산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주시길 바랍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테크노파크 등에서 하는 정책을 보면 지역특화 부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역특화 산업을 지정, 직접 육성하고 있지만, 실제 초기 창업자에게는 선정기준이 까다로워 오히려 큰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다른 산업에 대한 역차별도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자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밭을 만들어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의 아이디어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 그리고 대기업의 독점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스토리팩토리 김대홍)
 

▲ 청년창업가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울산 창업환경의 단점 중 IT 분야 관련 고급인재의 부재를 얘기하고 있다.

“저는 울산이 무엇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이것저것 다 도전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울산은 관계기관이 여기저기 퍼져있다보니 관련 업계 종사자의 이용이 불편합니다. 예를 들면 부산은 영상업 관련 기관과 업체들이 해운대 센텀측에 몰려 있어 접근성과 효율성이 뛰어나죠. 지금 준공중인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도 관계기관들을 주변에 유치해 관련산업단지를 조성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재미미디어 박종명)

“언론을 통해 청년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단기적으로만 도와줬지 차후 관리가 미약합니다. 솔직히 창업 1~2년만에 성공하는 케이스가 어디 있겠습니까?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수많은 업체들이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렵게 대박을 치는 경우인데,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사후관리와 더불어 청년창업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원방 서종목) 정리=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 청년창업가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울산 창업환경의 장점 중 창업 경쟁자가 많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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