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식 디지털조이미디어 대표 본보13기독자위원

‘극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매우 미워하고 싫어하다라는 의미로 정도가 심하다는 뜻의 접두사 ‘극(極)’을 더해 혐오의 뜻을 강조한 단어다. 2014년의 신어로 선정됐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극혐’은 혐오보다 더한 혐오 표현으로 과거에 비해 확산된 혐오주의와 연관이 깊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혐오스러울까.

대형 포털에서 ‘혐오’를 검색했을 때 연관 검색어로 함께 제시되는 단어는 여성혐오, 극혐, 혐오주의, 경멸, 자기혐오, 조선족혐오, 외국인혐오 등이 있다. 우리 사회에 나타난 다양한 혐오주의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관련 글과 사진은 SNS,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 수 없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이런 혐오주의는 왜 점점 확산될까.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의 양극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건전한 사회와 여론을 형성하는 중간 계층의 붕괴는 심각해진 사회적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산층이 붕괴돼 그 수가 줄면 주요 조세 수입이 감소해 국가의 경제도 함께 어려워진다. 그 결과는 다시 고스란히 중산층과 하류층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때 생기는 필연적인 불만은 권력과 경제력이 집중돼 있는 상류층에 제기되어야 마땅하지만 생존이 걸려 있기에 차마 그들에게 제기되지 못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이거나 그것보다 못한 사람에게 전가되는 이른바 수평적인 폭력이 발생한다. 지금 내가 힘든 이유를 (나보다 못한)가상 적의 탓으로 돌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위안을 얻는 비뚤어진 발상이 최근 급증한 혐오주의의 밑바탕인 것이다.

이 혐오주의의 주 대상은 누구일까.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의 혐오 표현 언급량은 전년 대비 40배 이상 증가했다고 다음소프트의 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혐오에는 성별에 관한 혐오, 사회적인 이슈나 정치에 관한 혐오, 종교·성소수자·다문화에 관한 혐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2015년부터 여성혐오와 함께 남성혐오가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이 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혐오가, 여성이 많은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남성혐오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또 과거에 비해 약자를 배려하기 보다는 약자를 멸시하는 풍조도 강해졌는데,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그리고 동성애자 등 소수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와 차별 또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언어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집단 린치를 정당화하는 사상으로 발전해 현재는 매우 조심스러운 화두가 됐다.

혐오주의는 결과적으로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비난하고 혐오함으로써 지금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혐오의 대상도 다양화됐고 확대됐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나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가 다른 대상을 싫어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필요한 감정 소모이며 사회에서의 공존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부정적인 기분일 때의 능률과 긍정적인 기분일 때의 능률은 차이가 크다. 우리 사회에서 혐오주의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식 디지털조이미디어 대표 본보13기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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