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부산과 울산, 포항을 연결하는 동해남부권 간선 축이 될 고속도로와 복선전철이 잇따라 개통된다. 우선 울산~포항고속도로가 착공 7년 만인 다음달 30일 완전 개통된다.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로 이어지는 53.7㎞ 구간이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도 사업 착수 25년 만인 2018년 개통 예정이다. 오는 10월 부산 부전~일광(28.5㎞)까지 1단계 개통되고, 나머지 일광~태화강(37.2㎞)은 2018년 전 구간 개통될 예정이다. 또 지난해 3월 신경주~포항 구간이 개통된 울산~신경주~포항(73.2㎞) 구간도 2018년 말까지 연결된다. 복선전철 개통으로 기존의 새마을호와 무궁화 열차 뿐만 아니라 도시를 빠르게 잇는 광역전철이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통 인프라가 속속 확충되면서 울산시민들의 교통수단 이용 폭도 확대되고, 이동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내·외의 교통흐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 울산~포항고속도로가 부분 개통된 이후 이용차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경부고속도로 울산~경주간 이용 차량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7번 국도의 차량정체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울산시민으로선 다양화된 교통수단과 접근성으로, 이동이 한층 수월해 지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할 듯하다. 울산~포항고속도로 부분 개통 이후 울산방향보다 경주방향 이용차량이 하루 평균 1000대 가량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려했던 빨대효과로 탈울산이 빚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복선전철까지 개통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태화강역에서 신경주역까지 복선전철을 이용하면 20분 이내로 단축된다. 울산 도심에서 시내버스로 1시간 가량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KTX울산역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다. 대중교통의 확충 없이 이대로 가면 현재 다른 도시와 연결 교통망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KTX울산역의 역할을 KTX신경주역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남부권 주민들은 태화강역을 통해 신경주역을 이용하게 될 것이 뻔하다. 울산시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역세권 개발을 통한 언양권 부도심화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지역 교통당국의 대응을 보면 머리를 갸웃하게 된다. KTX울산역과 태화강역을 연결하는 신교통수단 마련 등은 막대한 사업예산을 이유로 장기과제로나 검토해 보겠다는 설명이다. 대신 버스전용차로 도입에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시내버스의 정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문제는 골든타임이다. 고속도로와 복선전철 개통이 울산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사전 대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겉으로 보기에도 대비책은 보이지 않는다. 2030 울산 교통비전 수립을 추진 중인 정도다. 울산이 정거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조선에 이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모처럼 찾아온 교통의 중심지 역할도 지켜내지 못하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버스가 떠난 뒤 손을 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shin@ksilbo.co.kr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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