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호 건축그룹S&S건축사사무소 대표 본보13기 독자위원

책임있는 건축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관문인 건축사시험에서 단연 중요한 요소는 ‘요구사항’이란 항목이다. 용도, 규모, 구조, 사용자의 특성 등 건물에 요구되는 사항이 기재돼 있는데 이러한 요구사항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건축물에 조화롭게 녹여내는 것만이 시험을 통과하는 길이다. 최근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지역의 건축물 중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운 난제가 하나 있다. 바로 시립미술관이다.

우리는 각자의 목소리로 시립미술관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술관은 우리로부터 무엇을 요구받고 있으며, 또 우리에게 어떠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1991년 스페인 빌바오시는 철강 산업의 쇠퇴와 폭동 등의 위기 속에 문화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설정, 1억달러를 투자해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고 이후 큰 성과를 거뒀다. 현재의 울산도 위기와 함께 급변하는 미래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탄탄한 인프라와 폭발적 발전 경험, 젊고 창의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울산이 빌바오의 성과를 뛰어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믿고 싶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사공원과의 조화, 시민 휴식공간, 원도심의 부흥, 건축적 랜드마크 등 다양한 역할을 충분치 못한 대지라는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며 구현해 내야 한다. 즉 창조와 혁신의 시대, 그리고 융합의 시대, 기존 질서와 가치의 재조합, 경계의 붕괴 등 산업간 재편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오늘 날의 흐름속에서 문화재와 미술관, 사람과 자연, 문화가 융합되고 조화된 새로운 건축물 창조를 꿈꾼다면 신진건축가의 지나친 욕심일까?

지난 4월 경상일보가 주최한 ‘아트프로젝트 울산 2016’ 행사에 울산은 물론 전국의 작가들이 수준높은 작품들을 전시, 시민들의 오감을 행복하게 했다.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전시실과 예술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였기에 울산이 문화도시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도 생겼다. 또 짧지않은 시간 동안 중구청과 원도심에 위치한 상인들은 미술관의 건립을 고대하며 상권 활성화와 환경 정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구의 재건축과 주거환경정비 등이 완료되면, 미술관과 역사공원은 주거지와 상업지의 완충적 휴게공간으로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부지확정 발표 이후 원도심에 들어서게 될 미술관은 제약조건이 많은 만큼 일반적인 형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디자인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 부지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공중과 지하를 활용한 입체적 공간, 극단적 지형의 조정, 수직 및 사선 관람동선 등 기존의 공공 건축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가 제안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더불어 필자는 한가지 가벼운 제안을 해보고 싶다. 원도심안 확정발표에 앞서 대지를 한정, 설계안을 공모하기 이전에 미술관, 객사복원부지, 도서관, 공원, 동헌을 아우르는 모든 공간을 배경으로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 공모를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혹시 아는가? 제시된 아이디어 중 미술관과 문화재청, 문화예술인, 원도심 주민, 울산시민, 그리고 전국의 관광객을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을 발견하는 행운이 생길지.

서영호 건축그룹S&S건축사사무소 대표 본보13기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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