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관심과 국민의 성원 필요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많은 투자

▲ 윤갑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1999년 5월12일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날 한국은 해외시장에 자동차 1000만 대를 수출했다. 그리고 울산시에서는 그 해부터 매년 5월12일을 ‘울산 자동차의 날’로 제정했다. 올해는 친환경자동차 부품 개발 활성화 연구 등에 있어 역할이 기대되는 그린카기술센터 개소식과 병행해 5월25일에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한다. 하고 많은 도시 가운데 유독 울산에서 자동차의 날을 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화자찬일지 모르나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한국을 대표하는 차 회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고 자부심도 느낀다.

이 땅에서 자동차를 처음 탄 한국인은 고종황제다. 그만큼 아무나 갖기 힘든 탈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생필품 수준이 되었다. 60~70년대엔 생각할 수도 없던 일이다. 물론 국민소득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 기술로 이 땅에서 차를 대량으로 생산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1세기인 지금도 자국 기술로 자기 나라에서 만든 차를 살 수 있는 국가와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 뿐이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한국이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이커만의 노력으로 실현된 것은 물론 아니다. 유관 기관과 국민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대다수 상품이 그렇지만 특히 자동차는 탄탄한 내수기반 없이는 성장이 힘든 업종이다. 더욱이 인명과 직결되는 자동차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수출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볼때 국내 고객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민에 대한 감사함은 더욱 각별하다. 자식도 친부모가 먼저 사랑해야 남들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는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초창기 생산차를 우리 고장에서 먼저 아끼고 애용했기 때문에 동해 변방이 한국의 자동차 도시로 우뚝 성장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자동차는 이제 우리에게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휴대폰과 함께 차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또한 모든 산업물류의 절대부분을 담당하며 우리 경제의 발전에 큰 일꾼 역할도 하고 있다. 세수와 연관산업 파급효과 등 차와 연계된 분야는 무수하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동차가 최근들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중국의 추격, 과잉생산 등으로 한국 차산업은 험난한 비포장길에 접어들었다. 여기에다 수입차의 비중이 커진 것도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물론 수입차가 한국 차산업에 긴장감을 높이는 ‘메기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나아가 무인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한 메이커간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한다. 물론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시대 추세에 앞서가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집약·노동집약에 규모의 경제까지 갖춰야 하는 차산업은 몇몇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령 아무리 좋은 전기차를 개발해도 충전소라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국가적 관심과 국민들의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달에 글로벌 누적판매 1억 대를 돌파했다. 이는 또 하나의 출발을 했다는 얘기다. 안전하고 편한 차는 소비자의 요구이자 생산자의 가장 큰 목표이며 화두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임직원은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울산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사랑과 성원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노력은 더 빨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날을 제정한 울산시와 현대차를 아껴주신 울산시민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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