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환자 50만명으로 추정

진료 인원은 10만명에 불과

조기에 병원 찾아 치료받아야

▲ 문석호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조현병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범인이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진료내역을 조사한 결과 김씨는 2008년 여름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또 올해 1월 정신병원 퇴원 당시 주치의로부터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3월 말 가출 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병은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급된다. 문석호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조현병에 대해 알아본다.

◇망상, 환각에 시달리다 충동적 행동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하나로 현실에 대한 왜곡된 지각, 비정상적 정서 체험, 사고 및 행동의 총체적 손상을 수반하는 정신장애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유전이나 약물남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석호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은 △망상 △환각 △언어의 해체(논리정연하게 말하지 못하고 횡설수설 하는 것) △행동의 무질서 △무감동·의욕상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문 전문의는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증상 중 두 개 이상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 조현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증상들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시급하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망상이나 환각 증상과 함께 환청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들은 실재하지 않은 목소리, 실재하지 않는 현상이 보이면서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을 겪는 것을 넘어 충동적인 행동이 나올 때가 가장 무섭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처럼 조현병 환자가 자행한 반사회적 행동의 대부분이 이러한 증상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중단할 경우 재발할 확률 높아

조현병의 유병률은 인구의 1% 정도로,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약 50만 명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병을 숨기거나 조현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실제 진료 인원은 1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조현병은 약물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문 전문의는 “조현병으로 진단받게 되면 우선 항정신성 약물이나 신경안정제 등을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이와 함께 환자의 마음속 상처 등에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심리치료를 시행한다. 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의 절반 이상이 2년 이내 재발하고 5년 이후에는 환자의 92%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범인인 김씨의 사례처럼 병이 자주 재발하면 결국 만성화돼 완벽한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조현병이 쉽게 재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약물 사용의 중단’이다. 약효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문 전문의는 “환청이나 환상 등의 증상을 가졌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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