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식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본보13기 독자위원

‘꽃집 소녀, 숙녀 만들기’ 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퇴근길에 두 교수가 작은 주점에서 건너편의 즐비한 꽃집들을 바라보다 꽃집 종업원 아가씨들을 멋진 숙녀로 만들어 보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K교수는 ‘모란꽃집’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서 바쁘게 서점을 찾았다. 숙녀와 관련된 도서를 구입했다. 그리고 모란꽃집 아가씨에게 매일 숙녀에 관련된 책을 전해주며 탐독을 권했다. 숙녀의 조건과 몸가짐 등의 내용을 요약해 외우고 실천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교수 Y는 ‘평양꽃집’ 아가씨를 점찍었다. 다음날 그는 평양꽃집에 들러 아가씨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매일 그 집에 들러 아가씨를 예쁜 숙녀로 깍듯이 예우했다. 교육 방법이 판이했던 두 교수의 숙녀 만들기가 시작된 지 7년이 흘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모란꽃집’ 아가씨는 지금도 7년 전의 모습 그대로 꽃집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평양꽃집’의 아가씨는 보이질 않는다. 들리는 바로는 ‘평양꽃집’ 아가씨는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꽃집 가게 사장으로 승승장구했다. 1년 전에는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강남의 인삼 가게 뒷편에 있는 큰 부잣집으로 시집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요즈음 취업이 화두다. 자식들이 몇 년째 직장을 구하고 있는 가정의 부모들을 만나면 안부 묻기도 겁이 난다. 그들은 나라에서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이다. ‘교육이 산업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교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등장했다.

NCS가 대세다. K교수의 모란꽃집 아가씨의 숙녀교육 방법이 지금까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쳤던, 다시 말해 스펙과 학벌 중심의 취업교육이라면 Y교수의 평양꽃집 아가씨의 숙녀 만들기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즉 NCS를 활용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게 하는 취업교육이다.

그 동안은 자격증 취득자를 막상 작업현장에 투입하려면 기업 현장의 실무를 다시 교육해야만 했다. 교육 현실과 실제 산업 현장과의 괴리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비용과 시간의 재투자로 인한 낭비와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경력사원 같은 신입사원’을 원한다. 이에 대한 응답이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를 맞춘 NCS 기반의 과정평가형자격이다.

핵심은 ‘일’을 중심으로 교육훈련과 자격증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NCS 기반의 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한 후에 내·외부 평가를 거쳐서 일정한 합격 기준을 충족하면 자격증을 부여받게 된다. 국가기술자격의 패러다임 자체가 시험이 아닌 일과 능력 중심으로 재편돼 모란꽃집 소녀처럼 ‘시험을 잘 보는 사람’보다는 평양꽃집 소녀처럼 ‘산업현장에서 일 잘 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능력중심사회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8개 종목에서 시작한 과정평가형자격을 올해 30개, 내년에 60개로 늘리고 이후 전 자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과정평가형자격 같은 새로운 자격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능력을 갖춘 평양꽃집 숙녀’가 더 많아져 능력중심사회가 하루 빨리 꽃피길 기대해 본다.

최성식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본보13기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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